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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긴축의 시대’ 드디어 마침표 찍었지만 매파적 ‘빅컷’에 시장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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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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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의 시대’가 마침표를 찍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2년6개월간 유지해온 고강도 긴축 기조를 마침내 전환했다.



글로벌 통화정책의 방향타 구실을 하는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기조 전환)은 유럽연합(EU)·캐나다 등 주요국의 추가적인 통화 완화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경제와 연동성이 큰 신흥국 금리 방향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장기간의 고물가·고금리가 완화되면서 글로벌 경기 반등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기대와 함께 나라마다 차별화된 통화정책 흐름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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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 ‘빅컷’ 왜?





연준은 18일(현지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내리는 ‘빅컷’(한번에 0.5%포인트 인하)을 결정했다.



연준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정책금리 수준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가파르게 끌어올렸다. 이날 결정은 2년6개월 만의 방향 전환이자, 2020년 3월 이후 4년6개월 만의 금리 인하다.



연준의 ‘빅컷’은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치(65%)에 부합한 것이나, 경기침체 우려만 키울 것이라는 다수 경제 전문가의 예상과는 다른 결정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빅컷은) 통화정책이 (경제 흐름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연준은 물가에서 고용으로 통화정책 논의의 무게 중심이 이동했음을 분명히 했다. 파월 의장은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초점이 있었다”며 “그간의 조처로 고용시장이 식었고 이는 우리의 입장을 바꿀 때가 됐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7·8월 고용보고서와 물가 지표를 통해 인플레 대응에는 ‘더 큰 확신’, 고용 부문은 둔화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SEP)에서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의 올해 연말 예상치(2.3%)는 지난 6월(2.6%)보다 더 낮추고, 연말 실업률(4.4%)은 6월 예측치(4.0%)보다 크게 높였다.





“매파적·예방적 빅컷” 해석





연준의 ‘빅컷’에 시장은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통상적인 반응과 반대로 연준의 금리 인하 발표 직후 뉴욕 증시는 하락 반전했고, 미 국채 금리는 상승하고 달러는 강세를 나타냈다.



금리 인하는 이미 ‘오래된 뉴스’로 시장에 선반영된 측면과 함께, 파월 의장이 향후 금리 인하 속도에 신중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 시장 참여자들의 실망감을 키웠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매 회의에서 인플레이션과 경제, 고용 등 모든 지표를 살펴보고 필요한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며 “어떤 뚜렷한 행보를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좀 더 공격적이고 추세적인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 기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발언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실제 연준의 ‘피벗 시간표’는 그리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 19명의 금리 전망(점도표)을 보면, 올해 연말 정책금리 전망치는 종전의 5.1%에서 4.4%로 낮아졌다.



현 금리 수준(4.75~5.00%)에 비춰 보면 연말까지 0.5%포인트가량 추가 인하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다. 내년 말 전망치는 3.4%다.



내년 말까지 2.0%포인트 정도 내린다는 것인데,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기에 1년5개월 만에 금리 수준을 5.25%포인트 가파르게 올린 것과 대조된다.



파월 의장은 “필요시 인하 속도를 늦추거나 멈출 수 있다. (빅컷이) 새로운 속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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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복귀는 불가능”





미국의 주요 투자은행들은 일제히 ‘매파적 빅컷’이란 평가를 내놨다. 시티그룹은 “연준이 물가와 고용(성장) 두 토끼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가며 경기 연착륙을 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준이 ‘비둘기적인 베이비컷(0.25%포인트 인하)’과 ‘매파적인 빅컷’ 중 후자를 선택했다”고 풀이했다.



과거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 시기를 보면, 1990년대 세차례 큰 폭의 금리 인하는 주식시장에 상승 재료로 작용했지만, 2000년대 초 닷컴 버블(거품) 붕괴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금리 인하는 시장 붕괴를 동반했다.



전문가들은 2010년대 초중반 이어진 장기 초저금리 시대로 돌아갈 여지는 적다는 점에서 연준의 피벗 이후에도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금리 환경과 이에 따른 소비와 투자 부담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한편 코스피가 0%대 상승에 머무는 등 국내 금융시장은 미 연준의 이번 결정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외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아이티(IT) 거품 가능성이 더 주목받으며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각각 2.0%, 6.1% 큰 폭 하락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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