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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이슈 세계 금리 흐름

빅컷, 미국 드디어 탈긴축 시작…한은도 내달 금리인하 깜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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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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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년 넘게 싸워 온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의 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으로 30개월 만에 통화정책을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피벗)하면서다. 한국은행도 다음 달께 금리인하 행렬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Fed는 이날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존 연 5.25~5.5%였던 기준금리를 4.75~5%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12명 위원 중 한 사람을 제외한 11명이 빅컷에 찬성표를 던졌다. 금리 인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쓸었던 2020년 3월 이후 4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역대 최대인 2%포인트까지 벌어졌던 한국(3.5%)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최대 1.5%포인트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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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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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는 성명을 통해 “FOMC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더 큰 자신감을 얻었고,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리스크는 대체로 균형을 이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통화정책) 완화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고 평가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Fed는 2022년 3월부터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렸다. 22년 만에 역대 최고 수준으로 인상한 금리는 지난해 7월부터 1년 넘게 동결됐다. Fed의 총력전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2022년 6월 고점인 9.1%에서 지난달 2.5%로 낮췄다. Fed가 30개월 만에 피벗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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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시장에선 Fed가 빅컷을 택한 것은 경기 후행지표인 고용시장의 냉각을 막기 위한 선제조치로 풀이한다. 정책결정문에서 고용 증가세는 기존 ‘완화(moderated)’라는 표현이 ‘둔화(slowed)’로 바뀌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해고가 늘기 시작하면 너무 늦는다. 노동시장이 좋을 때 금리 인하로 대응해야 한다”며 “통화 정책의 적절한 재조정은 고용시장 강세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통화정책 여력 커졌다”금리인하 변수는 집값·부채



Fed가 금리 인하 문을 열었지만, 속도를 더 당길 것으로 시장은 보지 않는다. Fed는 점도표(금리 전망 도표)에서 올해 연말 기준금리를 4.4%(중간값)로 제시했다. 연말까지 남은 두 차례(11월과 12월) FOMC 회의에서 추가로 약 0.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내다본다는 얘기다. 내년에는 1%포인트 추가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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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빅컷 소식에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장중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가 각각 0.25%, 0.29% 하락세로 전환했다. “향후 인하 속도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또 Fed가 빅컷 결정에 나설 만큼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투자 심리에 반영됐다. 미국 주요 투자은행들은 향후 빅컷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차단했다는 점에서 ‘매파적 빅컷’이란 평가를 내놨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19일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미국의 피벗이 시작돼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국내 경기와 물가, 금융안정 여건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국내 경기와 물가만 봐서는 10월 인하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 올라 2021년 3월(1.9%) 이후 3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미 통화정책 목표치(2%)에 도달한 것이다. 일각에선 물가상승률이 1%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내수 부진도 걱정이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지수는 지난 7월에 전월 대비 1.9% 하락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내수만 보면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이 빅컷을 단행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커진 만큼 10월 인하에 나설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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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한은도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에는 동감한다. 그러나 가계부채와 집값 급등세에 무게추를 더 두는 모양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8월 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동결하면서 “내수 부문은 시간을 갖고 금리 인하 폭 등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반면, 가계부채 증가세는 지금 막지 않으면 위험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금통위 회의가 예정된 다음 달 11일 전까지 나오는 집값·가계부채 데이터가 어느 정도 둔화세를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12일 “주택가격 상승률이나 거래량이 조금씩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여전히 과거 평균에 비해 높은 상황이라 경계하고 있다”며 “9월까지 나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안정 리스크가 어떤 흐름으로 갈지 판단해 10월 금리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9월 주택 거래량이나 가격지수 등 선행지표가 둔화세를 이어간다면 한은은 내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0월에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집값·가계부채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첫 인하가 11월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염지현·곽재민·오효정·임성빈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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