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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임종석이 띄운 '남북 두 국가론'... 野 "너무 나갔다" 與 "반헌법적 통일 포기 발상"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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任 "통일하지 말자" 발언 파장
국민의힘 "김정은 지령 받았냐" 비판
野 내부서도 "경솔했다" 당혹감 속
"'현실론적' 통일론 검토할 때" 주장도
한국일보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임종석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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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을 주도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이른바 '통일 유예' '남북 두 국가론' 발언의 파장이 정치권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당장 "김정은 지령을 받은 반헌법적 통일 포기 발상"이라며 색깔론을 꺼내 들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임종석의 사견"이라며 거리를 두는 한편으로 "불필요한 논란 자초"라는 등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경솔" 불만 속 거리두기...국민의힘 "가짜 통일·평화 쇼 자인"


이 같은 정치권 반응은 임 전 실장 스스로 "도발적 발제"라고 평할 만큼 '핫'한 주제였기 때문이다. '선(先) 평화-후(後) 통일' 담론 자체가 새로울 건 없는 주장이지만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는 말 자체에 논란의 여지는 다분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두 개 국가론 △헌법 3조 개정까지 더해지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뛰어넘어 "너무 나갔다"는 지적이다.

당장 '친정'인 민주당 내에서도 '경솔했다'는 얘기가 터져 나왔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20일 9·19 기념식 행사장에서 "임 전 실장이 어제 사고를 친 것 같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의원 역시 "통일이 아니라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이라면서도 "학자는 주장 가능하나 현역 정치인의 발언으론 성급하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한 초선 의원은 "통일을 위해 노력해온 진보정부가 싸그리 반헌법 세력이란 비판만 뒤집어쓰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물론 이재명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 공개발언에서 임종석의 'ㅇ' 자도 언급하지 않는 등 당내 지도부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 역력하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 정권이 그동안 얼마나 가짜 통일·평화 쇼에 몰두해 왔는지 보여주는 자기 고백"이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북한이) 통일이 필요하다고 할 때는 통일론을 주장하고, 통일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면 보조를 맞추는 정말 기이한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학계에선 "순진한 발상"...다만 "검토해봐야 할 때가 됐다" 옹호도


학계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통일을 빼고 평화만 하자는 건, 영구 분단으로 가자는 것이냐"(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비판 속에 현실론적 통일론을 검토해봐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일을 지향하되 우선 평화를 만들자는 현실론에 더 힘을 실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평화를 흔드는 상황을 바로잡자는 차원에서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한 것 아니겠느냐"고 옹호했다.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는 친명계 이연희 민주당 의원도 "새 정부가 직면할 주요 과제는 신냉전 질서하에서 남북관계를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것으로 지금부터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고 임 전 실장의 주장에 공감을 표했다.

임종석 "건강한 토론, 좋다"...文 "한반도 위험한 상황" 경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날 기념연설에서 "지금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며 적극적인 남북 대화를 촉구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데 대해 "평화와 통일이라는 겨레의 염원에 역행하는 반민족적 처사"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 위원장의 두 국가론에 임 전 실장이 동조하고 있다는 여권의 비판을 수습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임 전 실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논란에 "어떤 토론이든 건강한 토론이 많이 일어날수록 좋다"며 "제가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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