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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뜨거운 감자 된 온라인 명품 쇼핑몰 [최연진의 IT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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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온라인 명품 판매 사이트 발란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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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가 온라인 명품 판매 사이트다. 온라인 명품 판매가 급격히 줄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판매 대금 미지급 사태로 전자상거래에 대한 불신을 키운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나오고 있다. 티메프 사태 이후 투자업계에서는 전자상거래에 대한 투자 경계령이 돌고 있다.

온라인 명품 판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게 되자 일종의 보복 소비로 판매가 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기세가 꺾이며 여행이 풀리고 전 세계적으로 불황이 이어지며 온라인 명품 판매 사이트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데이터 분석 업체 아이지에이웍스가 20일 발표한 '명품 플랫폼 소비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내 온라인 명품 판매 사이트의 신용카드 결제액이 3,758억 원으로 2022년 9,245억 원 대비 59% 급감했다. 이 가운데 3대 온라인 명품 판매 사이트로 꼽히는 발란, 머스트잇, 트렌비의 같은 기간 신용카드 결제액은 2022년 대비 61~73% 줄었다.

특히 거래액 기준 국내 1위로 꼽히는 발란은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여러 의혹과 함께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발란에 입점한 일부 판매업체들이 빠져나갔으며 발란의 해외 투자 유치가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의혹까지 돌고 있다. 의혹에 대해 발란에 물어보니 모두 경쟁업체들의 음해라는 주장이다. 일부 입점업체가 빠졌지만 전체 입점업체 숫자는 오히려 증가했으며, 6, 7개 해외 투자사들과 1,000억 원 가까운 투자를 논의 중이어서 희망대로 올해 말까지 투자 유치가 완료되면 자본 잠식을 단숨에 벗어날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명품 판매 사이트에 입점한 판매업체들의 걱정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티메프 사태 이후 등장한 판매업체들의 단톡방에서는 최근 발란이 20%, 35% 할인 쿠폰을 남발하는데 이렇게 할인 판매를 하면 명품 판매 구조상 도저히 이윤이 남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발란이 업계의 걱정을 좀처럼 털어내지 못하는 배경에는 신뢰가 큰 영향을 미친다. 과거 발란은 유튜브 채널 '네고왕'과 관련해 거짓 해명 논란에 휩싸이며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발란은 2022년 네고왕에서 17% 할인 판매 약속을 해놓고 제품 가격을 슬쩍 올려 소비자들의 비난을 샀는데 서버 오류로 일부 제품 가격이 다르게 표시됐다는 석연치 않은 해명을 내놓았다. 급기야 발란은 거짓 해명 논란과 함께 국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도 소환됐다.

전자상거래 업체에 신뢰도 하락은 치명적인 독이다. 소비자들이 한번 의심하기 시작하면 좀처럼 의심을 거두지 않기 때문이다. 온라인 명품 판매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일부 업체들이 가짜 명품 판매 논란과 함께 소송전까지 벌이면서 불신을 키웠다. 명품 판매에서 가장 민감한 것이 바로 가짜 명품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아 소비가 예전만 못한 것도 원인 중 하나지만 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신뢰 하락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투자를 잘 받아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위기는 지속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이라도 온라인 명품 판매 사이트들의 신뢰 회복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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