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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36년 봉사에 고발·가압류?…지자체 무책임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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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달 26일 다일공동체 이사장 최일도 목사가 서울 동대문구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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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이용자 90%가 가난한 노인
‘불법 프레임’에 민간 후원 급감
동대문구청장은 면담 요청 외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나서 풀어야



지난달 27일 최일도 목사를 밥퍼 2층에서 만났다. 1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 내내 최 목사는 “공무원들이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라며 야속함이 묻어나는 말투로 상황을 설명했다. 추가 취재를 위해 통화한 지난 6일 최 목사는 캄보디아에서 해외 봉사 중이었다. 1988년 청량리역에서 시작된 나눔은 현재 11개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투병 소식을 들었는데 건강은 좀 어떤가?



“33차례 방사선 치료를 하고 항암치료는 본인 선택이라고 해서 안 하겠다고 했다. 작년 여름 무릎에 육종암이 왔다. 처음엔 종기인 줄 알고 동네 정형외과에서 수술했다. 그런데 암세포였다. 재발이 되면 폐나 뇌에 문제를 일으키는 악성 중 악성이라고 했다. 난 이엔에프피(ENFP: ‘성격유형 검사’로 구분하는 성격 유형 중 ‘활동가형’)다. 암에 걸리는 체질이 아닌데,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암이 왔겠나 싶다. 지금은 면역력을 키우면 된다고 하더라.”



―36년간 무료 나눔을 해온 ‘밥퍼’가 철거 위기라는데.



“현재 이 건물을 이명박 (전)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때 지었다. 서울시가 할 일을 대신 해줘서 감사하다면서 서울시 땅에 서울시가 지은 거다. 12년 동안 아무 문제도 없었다. 그런데 구청장 하나 바뀌었다고 박해를 시작했다. 모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은 존엄성과 가치가 있다. 범죄자도 세금으로 입혀주고 먹여주는 이유다. (밥퍼를 이용하는) 이분들은 범죄자가 아니다. 단지 힘이 없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예전에는 (밥퍼 이용자의) 90%가 노숙자고 노인이 10%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은 90%가 노인, 10%가 노숙자가 됐다. 그래서 서울시에서 여기는 어르신복지과가 담당한다.”



―서울시 고발도 논란이 됐는데.



“서울시 어르신복지과에서 고발을 했다. 언론이 폭발했고, 오세훈 시장이 전화해서 하루라도 빨리 만나자고 했다. 혼자 갔다. (오 시장이) ‘정말로 송구하다. 제가 이걸 알았더라면 고발 못 하게 하지, 아무리 정무적 감각이 없는 사람이라도 그렇지 시장이 이것(고발)을 알고 사인했겠냐’고 하더라. 오 시장이 (나를 고발한) 담당 과장을 (문책성) 대기발령을 시켰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다. 그건 당시 (복지)정책실장도 확인했다.”



―오 시장과 면담 뒤 서울시가 바로 고발을 취하했나?



“그렇다. 그런데 서울시가 자기들이 지은 (밥퍼) 건물이 합법화돼야, 양성화돼야 증축이 된다는 걸 몰랐다. (합의가) 다 됐는데 나중에 건축법 전문가들에게 듣고 놀라서는 (본건물) 합법화 전에 증축은 안 되니 신축이라고 심의위에 올렸다. 서울시가 형사고발을 당할 가장 잘못한 일이다. 자기들이 지어놓고 10년 이상을 방치한 것이다. 구청과 협의해서 했어야 했다. 우리는 대가 없이 봉사를 한 건데 갑자기 불법이라고 고발을 했다. 오세훈 시장에게 분노하고 있다. 시장으로서 무책임하다.”



―지금은 동대문구와 소송 중이다.



“공사가 진행되고 있을 때다. 서울시 이아무개 주무관이 와서 ‘서울시에 (밥퍼 공사 관련) 민원이 많은데 민원이 들어오면 응답을 해줘야 하는 게 의무다. (밥퍼가) 구청장한테 신축 설계허가를 받으면 우리도 민원인들에게 할 말이 있지 않으냐’고 하더라. ‘이미 기부채납하기로 합의가 됐는데 무슨 설계허가냐’고 물으니 민원인들 얘기를 하는 거다. (서울시가 밥퍼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으려면 최소 3년은 걸리는데 예산을 따는 데만 1년에서 1년 반이 걸린다. 집행되려면 3년은 걸리니 (지금 건물을 쓰면서) 신축 설계허가를 받으면 그때 서울시 예산으로 짓겠다고 했다.”



―애초 밥퍼 본건물을 재건축할 계획이었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옆에 실버타운을 지었는데, 그때 밥퍼도 새로 짓자고 했다. 대신 밥퍼만 쓰지 말고 아이부터 노인까지 토털 복지시설로 만들자고 했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여러번 왔다 갔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이지만 동대문 구민들을 위한 시설로 만들자고 했는데 거기엔 우리가 동의할 수 없었다. (밥퍼 쪽이) 땅을 사서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는 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다 박 시장이 사망하면서 (모든 게) 중단됐다.”



―유덕열 전 동대문구청장은 밥퍼의 적극적인 후원자였는데도 공사중지 명령을 3차례 내렸다.



“내가 항의했다. 하라고 해서 했는데 왜 (공사중지 명령이) 왜 내려졌냐고 하니 ‘민원에 대한 응답’이라고 일관했다.”



―이필형 현 동대문구청장 쪽에서 시정명령 보내기 전에 면담 요청을 해온 적은 없나?



“없다. 우리가 다섯번을 공문 넣어서 면담을 신청했는데 한번을 답신하지 않았다. 이 구청장이 들어와서 제일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희망트리를 철거한 거다. 희망트리는 김성재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밥퍼를 방문한 뒤 문광부가 제작해준 거다. 밥퍼를 찾아오는 분들 중 한글을 모르는 분들도 있었다. 희망트리를 굴다리 앞에 세워서 그분들이 찾아오기 쉽게 했던 건데, 그걸 불법 광고물이라고 철거했다.”



―‘불법’ 증축 논란이 일면서 밥퍼 후원이나 봉사 등 변화는 없었나?



“불법 프레임을 뒤집어씌우는 바람에 고액 후원자들이 대거 떠나면서 2년간 후원금이 10억원 이상 줄었다. 또 서울시가 구청을 통해 무료급식에 보조하던 연간 1억2천만원 정도의 후원을 (증축이) 합법화가 될 때까지 우리 스스로 (안 받겠다고) 중단하면서 2년 합쳐서 3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이행강제금을 내지 않았는데 동대문구에서 조처를 한 게 있나?



“가압류 예고가 왔다.”



―앞으로 계획은?



“작년 12월까지 15만명이 (밥퍼 철거 반대, 본건물 양성화)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동대문 구민만 8천명이 넘게 서명했다. 10월31일 법원이 (동대문구가) 한 게 맞다고 손들어주면 그땐 여기 문 닫고 모든 분에게 서울시청 앞으로 나와서 밥 드시고 가시라고 할 거다. ‘길에서 시작한 밥퍼인데 길에서 끝내게 하려나 보다’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오세훈 시장이 나서야 한다. 이 문제는 결국 서울시가 나서서 동대문구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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