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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세계유산’ 가야고분 무너지고 대형 싱크홀…남부 삼킨 폭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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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폭삭 가라앉은 도로…쑥대밭 된 딸기농장 지난 주말 남부지방 폭우로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 21일 부산 사상구 한 도로에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트럭 2대가 빠져 있다(왼쪽 사진). 22일 전남 영암군 학산면 비닐하우스 안의 딸기 모종이 전날 집중호우로 뒤집어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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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500㎜ ‘기록적 호우’
창원 등 9월 일강수량 최고치
해남 문내면 주민 10명 고립
전남 주택·상가 401채 침수
부산선 깊이 8m 땅 꺼짐 발생

남부지역에 이틀간 최고 500㎜가 넘는 기록적 호우가 내렸다. 전남 장흥에선 폭우에 휩쓸린 80대가 숨지고, 부산에선 도로 한복판에 대형 땅 꺼짐(싱크홀)이 발생하는 등 인명·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22일 전남도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를 보면 지난 20~21일 전남 여러 지역에 시간당 100㎜ 안팎의 강한 비가 내렸다. 해남 산이면 101㎜, 강진 96.5㎜, 장흥 관산읍 90㎜, 보성 79.3㎜, 고흥 74.8㎜, 영암 학산면 74㎜ 등이다.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 주민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고 마을이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장흥읍에서는 지난 21일 오후 6시27분쯤 A씨(89)가 집 앞 배수로에 빠져 실종된 뒤 이날 오전 인근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남 문내면의 한 마을은 물에 잠겨 고령 주민 10여명이 고립됐다가 출동한 소방대원들에게 구조됐다. 여수 소라면에서도 폭우에 고립된 주민들이 구조됐다. 강진군은 작천면 야동마을과 병영면 발천마을 등지의 주민 170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전남재난본부는 진도·해남·고흥·완도·화순 등지에서 주택과 상가 401채가 침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했다. 특히 진도에는 만조 시간대인 지난 21일 오후 3시쯤부터 1시간여 동안 112.2㎜의 극한 호우가 쏟아져 침수 피해가 컸다.

부산·경남지역에도 ‘물폭탄’이 쏟아졌다. 부산기상청 집계를 보면 20~21일 부산 중구에 404.2㎜의 비가 내렸다. 이 밖에 가덕도 426㎜, 사하구 423.5㎜, 금정구 421.5㎜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집중호우로 사상구 한 도로에서는 지난 21일 오전 8시45분쯤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트럭 2대가 빠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같은 시간대 연제구에선 한 도로가 물에 잠기면서 차량 5~6대가 침수됐다.

북구의 한 주택에선 침수로 주민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강서구는 조만강이 만조로 범람할 우려가 높아져 위험지역 주민 6명을 대피시키는 등 부산에서만 79가구, 149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했다.

폭우로 철도·고속도로 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같은 날 오후 6시10분쯤 부산 부전역에서 울산 태화강역을 오가는 동해남부선의 전 구간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경부 일반선 동대구~부산 구간의 열차 운행도 멈췄다. 오후 8시를 넘어서는 남해고속도로 3지선 밤갓터널에 토사가 흘러내려 1개 차로를 덮치면서 한때 교통이 통제됐다. 부산시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총 1456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경남 창원에는 지난 21일 하루 동안 397.7㎜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1985년 7월 창원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일일 최고 강수량이다. 같은 날 부산(378.5㎜)과 거제(348.2㎜)의 9월 일강수량 기록도 새로 세워졌다. 김해 368.7㎜, 고성 417㎜, 사천 403.3㎜ 등 경남권 각지에서도 극한호우가 이어졌다.

경남도는 18개 시군에서 시설 파손, 침수 등 피해가 85건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김해에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대성동고분군의 서쪽 사면이 가로 12m, 세로 8m 길이로 잘려나가듯 붕괴했다.

김정훈·강현석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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