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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배민·토스도 진출… 질주하는 ‘테이블 오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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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1조원대로 성장 전망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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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배달 플랫폼 1위 기업 배달의민족이 테이블오더 시장에 진출한다. 배달의민족(배민)이 선보인 ‘배민오더’는 테이블에 태블릿PC 형태의 테이블오더를 설치하거나 QR코드를 붙여 손님이 자리에 앉아 메뉴 주문부터 점원 호출, 결제까지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자회사 토스플레이스도 지난 3월 QR코드를 기반으로 자사 결제 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는 테이블오더 서비스를 출시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찍으면 메뉴 주문 화면으로 자동 연결된다.

음식점 테이블을 차지하기 위한 ‘테이블오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테이블오더는 식당 테이블에 설치된 단말기의 화면을 고객이 직접 눌러 메뉴를 주문하고 결제까지 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의 테이블오더 업체들은 호텔과 리조트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배달 플랫폼(배민), 금융 플랫폼(토스), 여행 플랫폼(야놀자), 통신사(KT)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업체들의 공통된 목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식당에서 주문·결제를 처리하는 테이블오더가 오프라인 시장의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하는 핵심 통로라는 판단이다. 한 번에 결제하는 기존 결제 시스템과 비교해 보면, 고객의 주문 내역을 훨씬 자세하게 파악하고, 이들의 취향이나 소비 패턴까지 분석할 수 있다고 한다. 테이블오더 업체 관계자는 “테이블오더 사업자들이 수수료나 광고로 벌어들이는 매출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은 오프라인의 데이터를 확보해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현국


◇달아오르는 테이블오더 시장

테이블오더 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것은 높은 인건비 때문이다. 내년 최저임금이 1만30원으로 결정되면서 조금이라도 인건비를 아끼려는 점주들이 테이블오더 도입에 나서고 있다. 종업원이 주문받는 시간과 결제하는 시간을 아끼고 주문 누락을 방지하는 등 효율적인 매장 운영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무인 주문기 사용 비율은 아직 10%가 채 되지 않지만, 성장세는 최근 매우 가파르다”며 “시장 규모가 연 1조원을 금방 뛰어넘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테이블오더 시장 1위 기업은 60% 수준의 점유율을 지키고 있는 티오더다. 2019년 1월 출시 후 올해 1월 누적 결제액 4조원을 돌파한 뒤, 이달 6조9000억원을 뛰어 넘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음식점뿐 아니라 강남 조선팰리스 호텔이나 인천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등에도 진출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테이블오더 시장의 후발 주자들은 서비스와 기기 등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외식 플랫폼 먼슬리키친은 최근 전원을 연결하지 않고도 5일에 한 번씩 배터리만 교체해 주면 되는 무선 테이블오더를 출시했다. 120도 회전은 물론, 뜨거운 고기 불판 앞에서도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차용 중앙처리장치(CPU)와 산업용 LCD를 기기에 적용했다.

여행·숙박 플랫폼 야놀자의 자회사 야놀자애프앤비솔루션도 QR코드를 활용한 테이블오더 서비스 ‘야오더’ 고도화에 나섰다. 현장 줄 서기 서비스 나우웨이팅과 포인트 적립 서비스 ‘도도포인트’ 등 자사 서비스와 연동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KT는 자사 테이블오더 ‘하이오더’에 전용 와이파이를 제공해 통신 지연 없는 빠른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경영 컨설팅 등으로 서비스 확대

업체들은 테이블오더로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영 컨설팅 등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손님이 시간대별로 어떤 메뉴를 선택하는지 파악해 메뉴 구성을 변경하거나 해당 메뉴가 노출되는 위치를 조정해 매출을 올린다. 티오더와 먼슬리키친은 테이블오더에 장착된 카메라로 손님의 연령대와 성별, 주문한 메뉴 등을 분석해 추후 세트 메뉴 구성을 바꾸거나 새로운 메뉴를 추천하는 등 컨설팅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배민, 토스, 야놀자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들은 그동안 부족했던 오프라인 데이터를 확보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 이용자들을 오프라인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배민은 이미 전국의 점주와 소비자들이 배달의민족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매장에 깔린 태블릿과 배민 앱을 연동해 온라인에서만 사용 가능하던 배민 상품권과 포인트를 오프라인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한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숙박 예약 시장의 강자인 야놀자는 외식,여행 등 레저 분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데, 여기에 테이블오더를 통해 수집한 소비자들의 외식·결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황규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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