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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조선 밀주방서 까발리는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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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끊지 마. 여긴 모두 다 가능해. 자, 마셔! 마셔!"

금주령이 내려지고 통속소설이 금지된 조선 후기, 몰래 술을 파는 밀주방으로 아녀자들이 몰려든다. 조선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전기수(이야기책을 전문적으로 읽어주는 사람) 이자상(김건혜·하은서·박재은)이 전하는 화끈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2년 만에 돌아온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금란방'(연출 김태형)은 금기를 깨고 억압된 욕망을 실현하는 조선 시대 밀주방을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이머시브 공연으로 재현한다.

야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왕(민병상·안재홍)에게 밤마다 책을 읽어주는 신하 김윤신(김백현·최인형·이한수)은 이야기를 재밌게 들려주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이자상이 활약하는 밀주방으로 향한다. 김윤신은 사대부로서 저속한 장소에 섞이는 것에 자괴감을 느끼지만 결혼을 앞둔 딸 매화(송문선·서연정)의 장옷을 두른 채 여자 행세를 하며 필사적으로 이자상을 찾는다. 뜨거운 장면을 실감나게 전달하는 기술을 배워가지 못하면 왕에게 귀양형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금란방'은 관객들이 밀주방을 찾은 손님이 돼 극의 진행에 참여하는 공연이다. 정사각형 무대의 네 개 면을 둘러싼 객석은 밀주방의 술자리이고, 배우들은 미리 준비된 관객들의 잔에 특별한 술을 따라주고, 말을 걸고, 율동을 알려주며 참여를 유도한다.

음악은 초연 때보다 다양해졌다. 국악기를 이용한 전통음악에 기타, 드럼, 베이스, 키보드 등으로 밴드 음악을 더했고 클럽 음악을 전면적으로 도입해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풍성한 사운드를 선보인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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