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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독자칼럼] 교사 울리는 억울한 아동학대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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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오늘날 학교 교사를 힘들게 하는 것은 학부모의 힘이 강화됨에 따라 악성 민원, 갑질, 교권 침해 등 수많은 사항이 줄지어 있다. 하지만 최근 6년 사이에 교사 100여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로 가장 교사를 힘들게 한 것은 '아동학대 신고'임이 드러났다. 이는 교사의 교육활동을 극도로 위축시켜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자 교사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길이란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되었다.

유·초·중·고 교원은 법적으로 아동의 '보호자'다. 보호자에게는 아동학대를 인지하거나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정황을 접하면 즉시 신고할 의무가 주어진다. 보호자는 아동학대 범죄를 저지르면 일반인보다 가중 처벌을 받는다. 문제는 아동학대 범죄의 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특히 정서학대는 증거 확보가 쉬운 신체학대와 달리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또한 나중에 아동학대 범죄가 아닌 것으로 판명돼도 신고자에게는 어떠한 불이익, 즉 무고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런 배경으로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에 의한 가장 큰 피해자다. 대부분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보호자가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해 맞불을 놓거나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의 결정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아동학대 신고를 강력한 무기로 압박한다.

최근의 사례를 보자. 근래 지방의 한 초등교사는 친구의 뺨을 때린 학생을 지도하고 교장실로 보냈다가 학부모로부터 정서학대로 고발을 당했다. 자녀가 학교에 가는 것을 무서워한다는 게 이유였다. 교사가 자살을 한 뒤 비난 여론에 학부모는 "같은 반 친구와 놀다가 손이 친구 뺨에 맞았고, 선생님이 제 아이와 뺨 맞은 친구를 아이들 앞에 서게 해 사과하라고 했다"고 말하며 제 자식의 폭력은 감추고 아이를 친구들 앞에서 나무란 것이 정서학대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참으로 자식 교육을 포기한 학부모의 제 새끼 지상주의의 이기심과 교사에 대한 억하심정에 따른 보복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아이의 교육은 강 건너 가고 그 피해는 전적으로 자기 아이에게 돌아가며 심지어 교육의 포기마저 야기한다는 것을 철저히 망각하고 있다.

국가와 교육당국은 보호자의 의무를 교육기본법이나 초·중등교육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의무의 내용과 권리 침해 행위의 유형을 보다 상세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전재학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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