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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사탕 줄게” 유괴범 따라간 6세 꼬마, 73년 흘러 가족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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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6살 때 유괴당한 루이스 아르만도 알비노(오른쪽)가 친형 로저 알비노와 재회한 모습. 로저는 지난 8월 세상을 떠났다. /머큐리뉴스 보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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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때 유괴됐던 어린 소년이 70여 년의 세월을 지나 백발의 할아버지가 돼 가족과 재회했다.

23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와 가디언 등 여러 외신에 따르면 사연 속 주인공인 푸에르토리코 태생의 루이스 아르만도 알비노(79)는 지난 6월 무려 73년 만에 헤어진 가족들을 찾았다. 이들 가족의 헤어짐은 1951년 2월 2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웨스트 오클랜드 한 공원에서 놀던 알비노가 의문의 여성에게 납치되면서다. 스페인어로 말을 건 여성이 사탕을 주겠다며 접근했고 그 길로 가족과 생이별하게 됐다.

경찰과 해안 경비대, 지역 군인 등이 알비노를 찾기 위한 대규모 수색을 펼쳤다. 당시 공원에 함께 있던 친형 로저 알비노가 “머리에 두건을 두른 여성이 동생을 데려갔다”는 증언도 했지만 범인을 잡을 수는 없었다. 그 사이 알비노는 유괴범을 따라 동부 지역 한 마을로 향했고 그곳에서 처음 본 어느 부부의 아들로 살게 됐다. 성장한 뒤에는 베트남전에 참전했으며 제대 후 소방관 생활을 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알비노의 진짜 가족들은 한시도 아들을 잊은 적 없었다. 집에는 늘 알비노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어머니는 2005년 세상을 떠났지만, 눈을 감는 마지막까지 아들이 살아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70여 년 세월을 극복하고 희망이 현실이 된 건 알비노의 조카딸인 알리다 알레퀸(63)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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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노가 유괴당하기 전 형 로저와 함께 찍은 사진. /머큐리뉴스 보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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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퀸은 2020년 재미 삼아 온라인을 통한 DNA 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22%나 일치하는 남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알레퀸은 그 남성이 말로만 듣던 삼촌일 수 있다고 생각했고 조사를 시도했다. 하지만 당시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해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그러다 올해 초 오클랜드 공공도서관을 찾은 알레퀸은 그곳에서 알비노의 사진이 실린 옛날 신문 기사를 발견하게 됐다.

운명을 직감한 알레퀸은 곧장 오클랜드 경찰서로 향했고 그의 이야기를 들은 경찰은 과거의 유괴 사건을 재수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알비노와 여동생인 알레퀸의 어머니가 DNA 검사를 진행했고 이후 경찰은 알비노가 공원에서 사라진 꼬마임을 최종 확인했다. 알레퀸은 “결과를 알려준 수사관들이 집을 떠난 후 가족들이 울기 시작했다”며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우리가 그를 찾았다’고 말했다. 정말 황홀한 순간이었다”고 했다.

알비노는 지난 6월 24일 연방수사국(FBI) 지원을 받아 오클랜드를 방문, 여동생과 형을 만날 수 있었다. 알레퀸은 “삼촌들은 서로를 붙잡고 긴 포옹을 했다”며 “납치 당일의 기억과 군 생활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형 로저는 그로부터 두 달여 만인 8월 사망했으나, 평생을 그리워한 동생과의 재회로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알레퀸은 “삼촌이 날 꼭 껴안고 ‘나를 찾아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면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또 다른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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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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