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미사…박종철 고문치사 알리는 데 기여한 안유·전병용 씨에 감사패
박종철 열사의 사진을 들고 침묵시위하는 사제단(1987.2.7) |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유신헌법이야말로 1인 집권을 장기화시키고 분리되어야 할 삼권을 한 사람의 집권자에게 집중시킴으로써 그 권력을 극한과 절대에 이르기까지 비대시키는 악법이 아니고 무엇이랴."(1974년 9월 26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시국선언문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 창립 50주년을 사흘 앞둔 23일 오후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창립 5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문규현 신부의 주례로 열린 이날 미사에서 사제단과 참석자들은 박정희 정권의 유신에 맞서 목소리를 낸 50년 젊은 사제들을 비롯해 어려운 시기에 성직자로서의 제 역할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 이들의 정신을 되새겼다.
창립 50주년 맞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감사 미사 |
사제단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공정은 지상에 구현되어야 하는 하늘의 명령이고, 정의는 그것을 바르고 의롭게 펼치는 사람의 도리"라며 "종교가 공정을 외면하고 정의구현이라는 본연의 직무를 팽개치는 태만"이 "세상을 치명적으로 병들게 만드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마저 세상의 슬픔과 번뇌를 외면한다면 사람들이 서러운 눈물을 어디서 닦겠냐"며 "우리부터 사제단을 결성하던 때의 순수하고 절실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박노해 시인의 축시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도 미사 현장에서 낭독됐다.
"제 몸을 때려 울리는 종은 / 스스로 소리를 듣고자 귀를 만들지 않는다 // (중략) 우리들, 한 번은 다 바치고 돌아와 / 새근새근 숨쉬는 상처를 품고 / 지금 시린 눈빛으로 앞을 뚫어 보지만 / 과거를 내세워 오늘을 살지 않는다"
사제단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벌어지자 당시 수감 중이던 이부영 전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 사건의 배후를 알리고 그가 이와 관련해 외부와 연락할 수 있도록 협력한 안유 전 영등포교도소 보안계장과 전직 교도관 전병용 씨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창립 50주년 감사 미사 |
사제단은 대통령 긴급 조치 1·2호가 선포된 뒤 시국사건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순교자 찬미 기도회'에서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시국선언'(제1시국 선언)을 발표한 1974년 9월 26일을 창립 기념일로 삼고 있다.
사제단은 1975년 12월 '언론자유를 회복하기 위한 기도회'를 열어 위정자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강론을 했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벌어진 직후인 1987년 1월 24일에는 '고문 살인의 종식을 위한 우리의 선언'을 발표하고 전두환 정권의 퇴진을 주장하는 등 민주화 운동의 고비마다 목소리를 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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