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중국 선양의 철강 도매 시장에서 트럭이 철강 제품을 옮기고 있다. 위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없음. [AFP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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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중국산 후판이 밀려들면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철강업체가 중국업체를 상대로 반덤핑 제소에 나선 가운데 이 후판을 사들인 한국 조선업체들도 코너에 몰릴 위기에 처했다.
한국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대한 조사에 본격 착수하면서 제동을 걸면 조선사들의 제조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국내 주요 조선사들을 개별 접촉해 중국산 후판 수입 비중과 향후 수입 계획을 파악하면서 반덤핑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나선 것은 지난 7월 현대제철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중국산 후판 반덤핑 제소에 나서면서 수입 장벽을 높여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선협회가 예상되는 파장과 업체별 우려를 파악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조선업이 다시 호황기를 맞으면서 조선사의 후판 수요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저가 중국산 수입 여파로 국산 철강재 판매가 위축되자 철강업계가 반덤핑 제소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의 경기회복 지연으로 중국 내에서 과잉 생산된 물량이 한국으로 대거 유입돼 철강업계 피해가 커지자 참다못한 현대제철이 단독으로 제소에 나선 것이다.
산업부 무역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내로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판 분야에서의 첫 제소다보니 철강업계와 조선업계 모두 조사 개시 여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후판은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 같은 배를 만들 때 사용하는 두꺼운 철판이다. 선박 제조원가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 조선사 수익과도 직결된다. 조선사들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차례씩 철강업계와 후판 가격을 두고 협상을 벌이는데 이 때마다 양측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인다.
중국산 철강재의 저가 공습은 유럽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유럽 철강업체들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관세부과를 비롯한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산 철강재 유입이 늘면서 유럽 내 유통가격이 생산원가를 밑돌아 고충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올해 철강 수출량은 최대 1억100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2016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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