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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한동훈 '독대 요청' 尹 사실상 거부... 與 넘버 1· 2 신경전에 의료 대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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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독대를 꼭 만찬 회동 때 해야만 하는 건 아냐"
만남 전부터 갈등 불신 노출... 회담 성과 무용론 지적도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2박 4일간의 체코 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며 마중 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성남=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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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요청한 '독대'를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했다. 의정 갈등이 날로 고조돼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현재 권력과 여권의 미래 권력이 신경전을 벌이다 민심을 외면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지도부를 초청한 24일 만찬 회동을 앞두고 여권의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당장이라도 '깜짝' 자리를 마련해 한 대표와 따로 만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나, 조율과정부터 매끄럽지 않아 설령 성사되더라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독대라는 것이 내일 꼭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추후 협의하겠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독대하는 건 언제든 자연스러운 건데 꼭 한 대표가 시한을 내일로 정했다고 해서 내일 당장 대통령이 임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한 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이번이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 보도 외에 대통령실로부터 연락받은 건 없다"고 덧붙였다. 당사자인 한 대표와 사전 조율도 없이 대통령실이 먼저 발표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를 향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한 대표 측에서 독대 요청 사실을 전날 언론에 흘려 윤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치면서 일이 틀어졌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체코에서 원전 협력 등 세일즈 노력을 하고 귀국길에 올랐을 시점에 독대 요청 보도가 나온 것을 대통령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이 순방 성과를 함께 국민에게 알리고 의미를 전달해야 하는데 오로지 윤 대통령이 독대를 받느냐 여부만 이슈로 남았다”고 말했다.

반면 한 대표 측은 대통령실의 현실 인식을 비판하고 있다. 한 친한계 의원은 통화에서 "독대는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민심을 전달하고 긴밀히 협의하는 자리"라며 "독대 없이 밥만 먹으면 사실상 대화를 안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기현 전 대표와 현재 대통령 비서실장인 정진석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과거 여당 지도부와 함께 대통령과 식사를 할 때 윤 대통령과 독대한 선례가 있다. 또한 언론에 독대 요청 사실을 흘렸다는 대통령실의 주장도 부인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은 "한동훈 지도부는 독대 요청을 의도적으로 사전노출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취임한 두 달 전 대통령실과 여당의 만찬 때는 독대가 없었다. 상견례로 족한 자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지 7개월이 넘었지만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가시지 않아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여당의 지지율은 동반 추락하고 있다. 이에 한 대표 측은 "(24일 회동이) 민심을 전달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대통령실은 "(만찬에서) 현안 관련 논의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지만 이번 만찬은 무엇보다 당지도부가 완성된 이후에 하는 상견례 성격이 강하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여당 내부에서는 각기 다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KBS라디오에서 "(독대 요청이) 사전에 공개되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다"라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독대는 미리 떠벌리고 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한 대표를 겨냥했다. 이와 달리 조해진 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집권당 대표와의 대화마저 회피한다면 세상과 문을 닫고 정치적 유폐를 자청하는 것과 같다"면서 "대통령은 한 대표와 면담에 조건 없이 응하고 여당 지도부와 소통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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