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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금융위 채찍 들자… 상장사 자사주 소각 규모, 전년비 1.5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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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한 규모가 지난해보다 약 1.5배 큰 것으로 집계됐다. 9개월 만에 지난해 1년 치를 뛰어넘은 것이다. 증권가에선 정부가 공시 의무를 강화된 게 여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비즈

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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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자사주 소각 결정 공시 수는 78개로, 그 금액은 7조1844억원이다. 지난해 공시 수가 64개, 금액은 4조9325억원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는 자사주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세미나를 개최하며 (기업 거버넌스) 개혁의 시작을 알렸다”며 “자사주 제도 개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공시 의무 강화”라고 지목했다.

자사주 보유 비중이 발행주식총수의 5%를 넘을 경우, 기업은 자사주 보유 현황과 목적, 향후 처리 계획을 이사회에서 검토하고 이를 공시해야 하는 게 그 골자다. 자사주를 취득한 후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소각 또는 매각)에 대한 계획은 물론, 주식 가치 희석에 대한 영향도 공개해야 한다.

이 연구원은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자사주 취득·처분 과정에서 발생하는 규제 차익을 해소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엔 기업이 자사주를 직접 취득하는 경우와 신탁을 통해 간접적으로 취득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규제가 달랐다. 기업이 자사주를 직접 취득할 때는 취득 예정 수량이 계획보다 적을 경우, 그 이유에 대한 사유서를 제출해야 했다. 반면, 신탁을 통해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이런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다.

이 연구원은 “(금융위는 상장사가 자사주를) 신탁 취득 시에도 직접 취득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신속한 제도 개선은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부연했다.

상장사들이 자사주 소각을 꾸준히 늘린다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 한정한 상법이 개정될 수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판단이다. 그는 “(자사주 제도 개선은) 상장기업들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합리적인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한다”고 했다.

이어 “경영진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도록 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사실상 상법 개정의 취지와도 일치한다”며 “향후 법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 의무) 개정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수빈 기자(be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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