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열린 ‘제2회 K벤처 르네상스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정일 한국서비스경영학회장,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 이광근 한국창업보육협회장, 손현덕 매일경제 대표, 김동환 서울과학기술대 총장, 김성섭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윤미옥 한국여성벤처협회장,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황성관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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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타트업들이 해외 진출에 성공하려면 현지 경쟁상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합니다.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에서 이미 유사한 사업을 벌이는 스타트업이나 대기업이 있는지를 충분히 조사하지 않으면 자금 회수는커녕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 투자 1위 벤처캐피탈(VC)인 글로벌브레인의 지로 쿠마쿠라 제너럴 파트너는 23일 서울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테크노큐브에서 열린 ‘K벤처 르네상스 포럼’ 글로벌 VC 토크쇼에서 “한 나라에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자금을 소진하게 되므로 사전에 면밀한 조사와 충분한 준비가 필수”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에는 한국만의 문화가 있고, 한국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있듯 해외에 진출하려면 그 나라의 문화와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익숙한 현지 네트워크가 필수”라며 “글로벌브레인은 대형 VC로 불리지만 지금도 스타트업이라는 생각으로 비즈니스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로 쿠마쿠라 제너럴 파트너가 소속된 글로벌브레인은 2.4조원 규모의 글로벌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진출은 2012년부터 시작했고, 투자 규모는 300억 원에 이른다.

패널로 참석한 미국의 대형 엑셀러레이터(AC) 500글로벌의 이링링 글로벌 전략부문 대표는 “한국의 스타트업들을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에 데려간 경험에 비추면 현지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출하려는 나라에 제품을 판매할 시장이 있는지부터 따져보라는 것이다.

이링링 대표는 “치아위생 분야의 한국 스타트업을 미국에 데려간 적 있는데, 미국인은 한국인처럼 가글을 잘 안 하고 껌을 주로 씹는다”며 “어떤 제품이건 현지 시장과 ‘핏’이 맞을지, 우리 제품을 받아줄 고객이 있을지를 잘 따져보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느 나라를 가건 그 나라 소비자들에게 익숙하도록 제품의 현지화를 반드시 꾀해야 하고, 우리 기업을 대변해 우리의 사업을 설득력 있게 소개해줄 현지 커넥션들을 잘 활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 진출’이 아닌 ‘해외 창업’을 고려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고객이 미국에 있으면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미국 아마존 웹서비스(AWS)에서 스타트업 투자·육성을 담당하는 스타트업에코시스템의 윌 리 동아시아 총괄은 “투자자들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4~5년이란 짧은 시간 안에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면 처음부터 진출하려는 국가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경제·서울과학기술대학교·벤처기업협회·한국창업보육협회가 공동 주최한 ‘K벤처 르네상스 포럼’은 국내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올해 상반기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됐다.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글로벌 벤처투자와 네트워크’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김성섭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김동환 서울과학기술대 총장, 황성관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이광근 한국창업보육협회 회장, 윤미옥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등 내외 귀빈을 비롯해 150여 명의 벤처기업 관계자와 창업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들이 참여했다.

행사가 열린 서울과기대는 중기부의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 등 창업지원사업을 주관기업으로서 수행하고 있다. 또 연간 150억 규모의 재원으로 기술 창업과 신산업 창업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김동환 서울과기대 총장은 “‘K벤처 르네상스 포럼’은 대한민국 창업기업의 글로벌 무대 진출의 르네상스를 알리는 뜻깊은 자리”라며 “미래를 선도할 혁신가들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국내외 창업 생태계를 연결함으로써 창업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김 총장은 이어 “단순히 창업과 관련된 지식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관·산·학이 협력해 창업 생태계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실천적 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실천적 플랫폼이란 단순한 논의의 장을 넘어 구체적인 협력 방안과 실행 가능한 프로젝트를 도출해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게 창업 지원과 투자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창업가들은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성섭 중기부 차관은 “최근 벤처 생태계는 유동성 공급의 축소와 고급리 시대의 지속, 인공지능(AI)를 비롯한 딥테크의 급속한 발전이라는 거시적인 변화에 대응해나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혁신 벤처와 스타트업은 글로벌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한국경제의 한 축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차관은 “벤처기업의 혁신을 지속시키려면 국내 모험자본 시장이 튼튼하게 뒷받침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해외 벤처캐피탈, 해외 자본과 같은 다양한 주체가 국내 모험자본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벤처 생태계가 이전보다 더욱 더 글로벌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소벤처기업부도 벤처 생태계가 글로벌화가 되고 한층 더 도약할 수 있도록 고민을 거듭 중”이라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이러한 고민을 정책으로 구체화해 조만간 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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