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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한국 수출, 연말 정점 뒤 꺾인다는데···‘피크아웃’ 3대 근거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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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미·중 경기 ②미국 빅컷·환율 ③반도체 시장 변수

경향신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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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를 떠받들어온 수출 증가세가 올해 말부터 꺾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최근 씨티·HSBC·노무라 등 외국 투자은행(IB)들이 한국 수출이 정점을 찍고 꺾이는 ‘피크 아웃’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한국 수출은 11개월 연속 늘고 있지만,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 미국 금리 인하와 환율, 반도체 시장 상황 등이 복합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기저효과 끝나가나?


한국 수출 증가율이 정점을 찍었다는 근거로 외국 투자은행들은 전년도 수출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진다는 점을 들었다. 한국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9월까지 감소해오다가 같은 해 10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해 11개월 연속 늘고 있다.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 10월부터 늘어난 이유는 2022년 말 이후 제조업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수출이 2022년 7월(602억달러) 이후 17개월 만에 최고치(576억달러)를 달성하는 등 수출액이 늘어나 올해 말로 갈수록 수출 증가세의 기저효과가 줄어들 소지가 있다. 이미 올해 월 평균 560억달러 안팎의 수출 실적을 기록한 상황에서 오는 10월부터 월간 수출액이 600억달러를 달성하더라도 수출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그칠 수 있다.

내년 전망은 올해보다 밝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5년 한국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수출 증가율이 올해 하반기 9.3%에서 내년엔 5.0%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상반기 6.5%에서 하반기에 3.5%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경제가 올해 2.5% 성장하지만, 내년엔 올해 성장의 기저효과로 2.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경기 둔화할까?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조짐도 수출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올 1~8월 수출에서 중국(24.5%, 홍콩 포함), 미국(18.8%)이 차지하는 비중은 43.3%에 달한다. 그런데 중국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성장둔화를 겪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을 종전보다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씩 낮춘 4.7%로 수정했다.

미국은 경기 위축과 노동시장 냉각 조짐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한 이유는 경기 둔화 조짐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미국 민간경제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발표한 8월 미국 경기선행지수(LEI)는 전월보다 0.2% 떨어진 100.2로 6개월 연속 하락했다.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가 미국 20개 업종 400개 회사를 대상으로 산출하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2로 5개월 연속 위축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의 8월 고용 증가 폭은 14만2000명으로 7월보다는 늘었지만 직전 12개월 평균인 20만2000명에는 미치지 못한다.

미국 ‘빅컷’과 환율이 미칠 영향은?


미국의 금리 인하가 한국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다만 긍정적인지 부정적일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빅컷’으로 미국 경기가 살아날지,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기가 둔화할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 한국 수출에는 호재이고, 미국 경기가 둔화하면 한국 수출엔 악재다.

긍정적인 측은 미국 금리 인하가 전반적인 세계 경기 회복을 견인하리라고 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의 우리나라 수출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 기준금리가 1%포인트 내려가면 한국의 수출은 0.6%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금리 인하로 인한 글로벌 수요 증가 폭이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감소 효과보다 크다고 본 것이다.

반면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기가 살아날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미국 경제가 금리 인하로 소폭 개선된다면 전반적인 한국 수출은 개선되겠지만, 애초 미국 경제가 둔화하는 와중에 연준이 금리를 낮췄기에 수출 환경이 근본적으로 좋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하가 달러 강세를 끌어내린다면 대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면 한국 수출품의 미국 내 달러 표시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대미 수출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무역협회는 금리 인하 후 원화 강세가 한국 수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역시 하반기 중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감소분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20년 ‘환율과 경상수지의 구조적 변화와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환율이 떨어지면 중소기업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대기업 수출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거나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환율이 떨어져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도 수입 원자재 비용 부담이 줄어 그 효과가 상쇄된다.

반도체 시장 전망은?


한국 수출 증가세를 이끈 반도체 시장 전망도 불투명하다. 국제금융센터는 ‘한국 수출 증가율 둔화 우려 제기’ 보고서에서 중국기업들의 반도체 생산과 공급이 늘어나 앞으로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꺾이고 한국 반도체 수출 증가세도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수요 감소에 따라 D램 업황이 올 4분기 정점을 찍고 2026년까지 과잉 공급 상태에 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공지능(AI)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 가능성도 제기했다.

반도체 경기 회복세 지속으로 세계 경제가 성장 기조를 유지하리라는 반론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에도 반도체와 IT 경기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글로벌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의한 금융 및 투자 환경 개선, 주요국 경기 진작책 추진, 제조업 경기 개선 등으로 세계 경제는 중성장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노무라증권도 20일 보고서에서 HBM 공급 과잉 등 메모리 시장에 대한 우려가 일부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 ‘반도체 수출 정점 찍었다’ 잇단 전망에…먹구름 드리운 한국 경제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409230600025



☞ D램 가격 ‘멈칫’하자···“반도체 다운사이클 왔나” 술렁
https://www.khan.co.kr/economy/finance/article/202409081452001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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