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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보이스피싱 직감’ 텅 빈 골드바 케이스 건넨 금은방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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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23일 서울 중랑구 상봉동의 한 금은방 직원 김아무개(57)씨가 중랑경찰서장 감사장을 받고 있다. 김씨는 손님이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있음을 눈치채고 경찰 신고와 필담 등을 통해 범인 검거에 큰 역할을 했다. 중랑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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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당하고 있음을 눈치채고 필담을 나누며 텅 빈 골드바 케이스를 건네는 등 범인을 붙잡는 데 큰 역할을 한 금은방 직원이 경찰의 감사장을 받았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지난 13일 밤 9시13분께 서울 중랑구 상봉동의 한 금은방 인근에서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인 중국동포 남성 ㄱ(28)씨를 사기 혐의로 붙잡아 15일 서울북부지검에 구속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범인 검거에 큰 역할을 한 금은방 직원 김아무개(57)씨에게 전날 감사장과 포상금을 지급했다.

경찰 설명을 들어보면, 김씨는 지난 13일 저녁 ㄱ씨와 통화하며 허둥지둥 금은방으로 들어온 손님 ㄴ씨의 모습을 보고 보이스피싱을 직감했다. 이에 ㄴ씨와 필담을 나누며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비상벨을 눌러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과 소통하며, 보이스피싱범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일부러 큰 소리로 “포장했습니다”라고 말하며 빈 골드바 상자를 ㄴ씨에게 건넸다.

한겨레

지난 13일 서울 중랑구 상봉동의 한 금은방에서 직원 김아무개(57)씨(왼쪽)가 보이스피싱범과 통화하고 있는 손님과 필담을 나누는 모습. 중랑경찰서 제공 폐회로티브이(CCTV)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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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ㄴ씨는 현금 420만원과 빈 골드바 상자 3개가 든 가방을 들고 잠복 경찰들과 함께 접선 장소로 향했다. 이윽고 나타난 ㄱ씨는 ㄴ씨가 가방을 건네지 않자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일단 현장을 벗어났지만, 그를 미행한 경찰들에게 곧바로 붙잡혔다.

경찰 수사 결과 ㄱ씨는 공범으로 하여금 피해자 ㄴ씨에게 전화를 걸어 ㄴ씨 딸 목소리를 흉내내 딸을 납치한 척하도록 한 뒤, 풀어주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했다. 이후 접선 장소에 현금과 골드바를 받으러 나왔다고 한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ㄱ씨가 최근 ‘자녀를 납치해 마약을 강제로 먹였는데, 살리고 싶으면 돈을 가져오라’고 속이는 방법으로 또 다른 2명의 피해자로부터 현금 16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추가로 파악했다. 중랑경찰서 관계자는 “공범과 보이스피싱 조직 윗선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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