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와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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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주식시장이 급락한 ‘검은 월요일’을 일으킨 요인 중 하나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자금이 지목된 가운데 한국은행이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으로 추정되는 3조4000억 달러 가운데 2000억 달러의 자금이 청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도 했다.

한은은 24일 ‘최근 엔 캐리 트레이드 수익률 변화와 청산 가능 규모 추정’ 보고서를 통해 전체 엔 캐리 자금을 3조4000억 달러(506조6000조엔)라고 추정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기관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규모를 추정한 건 처음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싼 엔화를 빌려 한국이나 미국처럼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나라의 통화로 환전한 뒤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2022년 미국이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리고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저금리 통화인 엔화를 빌려 미 달러화 등 고금리 통화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도 늘어난 상태였다.

지난 7월 이후 미국이 금리 인하 경로를 밟고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서 엔화가 강세로 전환되자 시장은 급변했다. 해외 기관들은 엔화로 사들인 자금을 팔고, 일본 거주자들도 해외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은은 이같은 엔 캐리 유인 변화가 지난달 초 글로벌 엔 캐리 자금 청산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보도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마무리됐는지와 관련해 “정책 입안자들이 아직 의견 일치에 이르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금융위원회가 이날 금융시장 전문가들과 개최한 현안 점검 소통회의에서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이슈가 반복될 위험이 지적됐다.

한국은행

한은은 엔 캐리 트레이드 지금을 크게 3가지로 나눠 추정했다. 일본인의 해외주식투자 자금이 3만999억 달러(465조엔)로 가장 컸고, 글로벌 은행의 엔화 대출은 2737억 달러(41조1000억엔), 비상업 엔화선물 순매도 포지션이 35억 달러(3조5000억엔)로 추정됐다. 엔케리 트레이드 자금은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규모가 크게 달라지는데, 한은은 비교적 폭넓게 해석했다.

미국이 금리를 낮추고 일본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 진행되면 한은은 전체 엔 캐리 자금의 6.5%(2000억달러·506조6000억 엔)가 청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한은은 몇 가지 전제를 달았다. 엔화 대출 및 해외증권투자 자금은 청산시 비교적 속도가 느리다는 특성이 있고, 지금은 통화정책 전환의 시기이지 과거처럼 금융위기 때는 아니기 때문에 청산 속도가 더 느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현 한은 국제금융연구팀 과장은 “향후 엔 캐리 자금의 추가 청산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자금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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