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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뒷걸음질 치는 韓 AI] "차세대 HBM 찾아라"… 엔비디아 독식 'AI 반도체'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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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위상 달리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미미

국내 팹리스, AI 시대 이끌 'AI 반도체' 개발 박차

"비용 부담에 엔비디아 추격 한계… 정책 지원 절실"

아주경제

AI 반도체 [그래픽=연합뉴스]




한국의 인공지능(AI) 산업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AI를 이끌 반도체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버티는 메모리를 제외하면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다만 최근 부상하고 있는 'AI 반도체'는 성장 초기 단계인 만큼 정책적 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기회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24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시스템 반도체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411억 달러에서 오는 2028년 1330억 달러로, 연평균 21.6% 성장할 전망이다.

AI 반도체는 주로 데이터센터의 AI서버로 향한다.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에 돌입한 AI서버 출하량은 2023년 120만대에서 2026년 240만대로 확대되면서, 서버 출하량 중 AI서버 비중도 약 9%에서 15%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시장은 사실상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다. 9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AMD, 인텔 등 경쟁사들을 크게 따돌리고 있다. 엔비디아가 공급하는 'AI 가속기'의 '필수템'으로 꼽히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탑재 여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를 쥐었다 폈다 할 정도다.

메모리 강국인 한국은 HBM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쥐며 경쟁국에 한참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5세대 HBM인 HBM3E의 경우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 중이며, 삼성전자도 승인(퀄)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양사는 향후 HBM이 맞춤형으로 점차 진화될 것으로 판단하며 글로벌 고객사들과의 협력 강화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메모리에서의 위상과 달리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은 지난 10여 년간 점유율 3% 수준에서 정체될 정도로 취약한 상황이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규모는 메모리 대비 2배 크고, 변동성이 낮다. 메모리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변동성 완화를 위해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AI 반도체 기술 수준은 미국 대비 80% 수준에 불과, 기술격차는 2.5년 뒤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유럽에도 밀려있다.

다만 AI 반도체는 아직 성장 초기 단계인 만큼 경쟁력을 갖추면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인 휴대폰, 자동차, 조선, 가전 등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AI 반도체 기업은 10여 개로 모바일, 가전 등 온디바이스 부문에서 일부 제품을 상용화했으며, 데이터센터 부문은 레퍼런스를 구축하고 사업을 본격화하는 단계다.

특히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 사피온 등 국내 팹리스 업체들은 추론용 AI칩을 개발하며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이들은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해 클라우드에 시범 적용했으며, 매출은 2024~2025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NPU는 AI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딥러닝 알고리즘 연산에 최적화된 반도체다. 퓨리오사AI는 최근 2세대 NPU '레니게이드(RNGD)'를 공식 출시했으며, 리벨리온의 AI 반도체는 아람코 데이터센터에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삼성전자도 대형언어모델(LLM)을 지원하는 추론용 반도체 개발에 한창이다. 2022년 12월부터 네이버와 개발 중이던 '마하1'은 최근 무산됐지만, DS부문 주도로 HBM4(6세대)를 탑재하는 등 신형 추론용 AI칩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반도체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AI 모델의 발전 속도 등에 발맞추기 위해 기업들은 차세대 제품 개발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은 지난해 수백억원대 영업손실을 내고 있어 개발비 부담이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우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팀장은 "반도체 설계에서 양산까지 약 2년이 소요되며 설계에서 양산까지 최소 수천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면서 "최신 공정 이용시 비용 부담이 큰데 국내 AI 반도체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라 엔비디아보다 앞선 공정 사용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동·유럽 등이 국가안보, 지정학적 이슈 등으로 AI 반도체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에 대한 정부의 외교적 지원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이성진 기자 leesj@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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