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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기고] 24시간 365일… GOP 전선 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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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문홍식 육군 정훈실장·준장


“때론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보람되고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전방 GOP(일반전초) 경계근무병으로 전역이 며칠 남지 않은 병장의 대답이 아직도 선명하다. 이달 초 6박 7일간 일정으로 우리나라 155마일 전선을 서쪽 끝부터 동쪽 끝까지 돌며 대적관 교육을 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쓰레기 풍선 살포라는 치졸한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때에 대한민국 안보 최전선을 24시간 365일 쉼 없이 지키고 있는 우리 장병들이 어떤 생각으로 임하고 있는지 현장에서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장병들의 정신 무장이 확고하다”는 보고가 사실인지, 육군 장병 정신 전력의 책임자로서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싶었다.

GOP 경계 작전 현장에서 만난 그들의 눈빛은 살아 있었다. 북한군을 감시하는 눈동자에서, 깎아지른 듯한 1200고지를 오르내리는 발걸음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특히 기억나는 GOP 소초가 있다. 민간인 통제 초소에서만 차로 1시간 이상 구불구불한 가파른 길을 돌고 돌아가야만 나오는 곳이다. 병영 생활관조차 강과 깎아지른 절벽에 둘러싸여 그야말로 좁디좁은 곳이었다. 최전방 소초 중에서 강과 산악을 동시에 담당해야 하는 유일한 곳으로 생활하는 데 불편한 게 한두 가지만 있지는 않을 터인데 사기는 다른 어느 곳보다도 높았다. “적의 움직임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이상 없이 감시하겠습니다” 한 명 한 명 악수할 때 어느 용사가 힘주어 말하던 다짐 속에는 형언할 수 없는 결기가 묻어났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누구든 그들의 이런 모습을 본다면 MZ 세대에 대한 기성 세대의 우려는 쓸데없는 기우라고 할 것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저마다 역할을 100% 이상 수행하고 있었다. ‘자신이 이곳에 왜 서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알고 제 역할을 다해주고 있기에 우리가 누리는 평화로운 일상이 가능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이번 GOP 부대 순회 교육을 다니면서 만난 여러 부대 관계자는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한 대대 주임원사는 “지난해부터 시간외근무 수당 확대 등 격오지 근무에 대한 처우가 나아지고 있어 GOP 근무를 희망하는 간부들이 꽤 늘었다”고 했다. 동부 전선의 초급 장교는 “적과 대치한 가운데 경계 작전을 할 때 가장 군인답다고 느낀다”며 “도심지에서 근무할 기회가 있었으나 최근 복무 여건 개선으로 GOP 소초에서 남은 군생활을 마치기로 했다”고 했다.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다양한 노력을 최전방 부대에서도 체감하고 있어 다행스러웠다.

순회 교육의 마지막 일정은 지난 8월 20일 ‘북한군 귀순 유도 작전’을 완벽하게 펼쳤던 강원도 고성이었다. 당시 장병들은 새벽 근무 시간에 귀순자가 군사분계선 이북에서 남쪽으로 내려올 때부터 추적·감시해 우리 지역으로 안전하게 유도했다. 귀순자 유도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장병들의 사기와 전투 의지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이들을 보고 군인은 자신이 맡은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을 때 가장 멋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적막한 산하에 고립된 섬처럼 홀로 떨어져 있는 GOP 장병들을 만나고 얘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눈빛과 표정에 배어 있는 ‘군인다움’을 봤다.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헤어질 때는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국방의 의무를 위해 24시간 365일을 개인이 아닌 군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대한민국 안보 최전선에서 만난 우리 장병들이 참으로 대견하고 고마웠다. 그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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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식 육군 정훈실장·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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