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비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소송 제기…
"시장 지배력 앞세워 비자 결제망 사용 강요",
"'수익공유' 비밀계약 등으로 경쟁사 진입 막아"…
비자 "시장 현실 무시하는 소송, 강력하게 방어"
미국 법무부가 24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신용결제 기업 비자를 반독점법 위반 협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반독점 규제 칼날이 금융서비스 업계로도 향했다. 그간 빅테크(기술 대기업), 항공, 소매업에 집중됐던 반독점 조사가 다른 산업으로 점차 확대되고, 규제 강도도 한층 강화될 거란 신호라고 외신은 짚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세계 최대 신용결제 기업인 비자를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혐의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소송 제기 소식에 비자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일 대비 5.44% 떨어진 272.9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법무부는 비자가 직불카드 시장에서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경쟁을 억압했다며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기존 경쟁업체의 성장을 제한하고, 다른 업체들이 새롭고 혁신적인 대안을 개발하는 것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주장에 따르면 비자는 애플, 페이팔 등 경쟁업체에 돈을 주며 직불 결제 시장 진입을 막고, 비자 이외 다른 결제 수단을 사용하는 가맹점에 더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위협하는 방식으로 독점 체제를 구축했다. 애플과는 비자와 경쟁할 수 있는 결제 기술을 개발하지 않는 대신 비자의 독점 수익을 공유하겠다는 비밀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또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할 때 자사 네트워크를 우회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개발도 무력화하려 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소송이 "바이든 대통령 체제의 첫 금융업계 반독점 소송"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독점 규제 단속에 새로운 전선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법무부는 비자의 반독점법 위반 관련 조사는 2021년부터 시작했고, 비자의 경쟁업체인 마스터카드도 지난 4월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2019년 반경쟁적 관행으로 집단소송에 휘말려 미국 가맹점에 56억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었다.
미국 법무부가 비자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메릭 갈랜드 미국 법무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법무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법무부는 소장에서 비자의 반독점 위반 행위가 도드-프랭크법 제정에 대한 대응으로 2012년부터 10년 넘게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도드-프랭크법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나타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2010년 7월 제정된 금융개혁법으로, 시장 경쟁을 촉발하고 상인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기 위해 카드 발급사(주로 은행)가 최소 2개의 독자적인 직불 결제망을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비자는 도드-프랭크법 시행으로 직불 결제 시장에서 입지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가맹점에 부당한 조건을 요구했다는 것이 법무부의 지적이다.
메릭 갈랜드 미 법무부 장관은 비자가 직불카드 시장 독점으로 훨씬 더 높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었고, 이는 소비자 지갑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판매자와 은행은 가격을 올리거나 품질, 서비스 등을 낮추는 방식으로 이런 비용(비자에 내는 결제 수수료)을 소비자에게 전가했다"며 "비자는 수조 건의 거래마다 숨겨진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비자의 이런 불법 행위는 거의 모든 제품의 가격에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비자의 직불카드 시장 점유율은 약 60%로, 마스터카드·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경쟁업체들의 점유율을 모두 합한 것보다 높다. 비자가 얻는 연간 결제 수수료는 70억달러(약 9조2960억원)에 달한다. 2024회계연도 3분기(4~6월) 결제량은 3조325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했다. 미국 내 결제는 5.1% 증가해 미국 경제성장률(2.8%)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고 ABS뉴스는 전했다.
비자는 법무부의 이런 지적을 '무의미한(meritless)' 주장이라며 반박했다. 비자의 줄리 로텐버그 법률 고문은 성명에서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거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품과 서비스를 결제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하는 회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번 소송은 비자가 직불카드 분야에서 경쟁하는 많은 업체 중 하나에 불과하고, 이 시장에서 성장하는 업체들이 있다는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업과 소비자가 비자를 선택한 것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비자의) 네트워크 때문"이라며 "우리는 (법정에서 법무부의 주장을) 강력하게 방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