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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검정 비닐로 가둔 '흐르는 시간'…김종영미술관, 심승욱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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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오늘의 작가상' 선정 전시

뉴시스

비닐산수, 압축 단열재, 발포 우레탄, 미송 구조목, 비닐, 224x176x106cm, 2024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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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나무 막대에 뒤집어 쓴 검정 비닐은 더 이상 비닐이 아니다. 실체를 탈주한 비닐은 '산수'가 되고, '군상'이 된다.

'포장용 검정 비닐'을 예술적 미학으로 끌어들인 조각가 심승욱 개인전이 김종영 미술관에서 열린다.

김종영미술관 '2024 오늘의 작가'로 선정되어 '흐르는 시간 속 지워지지 않는 질문들'을 주제로 전시를 펼쳤다. 입체 7점, 평면 5점, 영상 1편 및 작가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박춘호 학예실장은 "심승욱은 다양한 사회 이슈를 소재로 블랙코미디 같은 작품을 선보여왔다"면서 "검정 비닐 톤 때문에 뒤러(Albrecht D?rer)의 '멜랑콜리아'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심승욱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이었다. 하지만 전통 조각으로는 표현의 한계를 느꼈다. 홍익대 조소과 출신으로 조각을 전공했음에도 다양한 매체를 사용한 설치 작업에 매진했고, 최근에는 풍자적인 회화 작품으로 개인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작가에게 변화가 보인다. 전시 타이틀처럼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흐르는 시간’을 모아 검정 비닐로 가뒀다.

뉴시스

지나간 시간 속에 남겨진 5개의 군상, 압축 단열재, 발포 우레탄폼, 미송 구조목, 비닐, 가변설치, 2024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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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검정 톤으로 연출한 3층 전시실이 눈길을 끈다. 그동안 작가가 즐겨 사용한 검정 비닐을 주된 재료로 사용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검정 비닐로 쌓인 사람일 거 같은 5개의 형상과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작품이 감각을 자극한다

1층 전시실은 화사한 핑크 일색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단열재 아이소핑크를 소재로 제작했는데, 자세히 보면 아이소핑크의 원색보다 조금 명도가 낮은 핑크로 칠했고, 부분적으로 검은색을 칠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승리의 여신'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사모트라케의 니케'가 떠오른다. 뒤샹의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와 같은 제목의 작품도 있다. 무슨 뜻인지 무슨 내용인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는 작품들이다.

뉴시스

껍질의 틈. 발포 우레탄, 아크릴 채색, 88x56x15cm, 2024 *재판매 및 DB 금지




삶의 매 순간 결정해야 하는 많은 것들, 기억, 깨달음, 후회… 인간의 불안정한 두 손에 쥐어준 감각과 감정의 도구들. 삶 속에서 계획하고 결정하며 자신 있게 외치던 신념에 찬 믿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확신은 소멸되고 수많은 질문들만 남겨진다.(작가 노트)

블랙과 핑크로 양분된, 검은 비닐과 핑크색으로 기념한 전시는 보이지 않고 흘러가 버린 것들에 대한 추앙과 위로의 자리다. 10월27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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