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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6 (목)

[윤주의 이제는 국가유산] [11] 창녕 우포늪에 드리운 가을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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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우리나라 최대 내륙습지인 창녕 우포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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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에 가시연꽃이 피었다. 가시연꽃이 질 무렵엔 우포늪 가을도 깊어진다. 너른 연잎을 보금자리 삼은 물꿩이 떠날 채비를 하고, 나그네새와 겨울 철새들이 시절 인연으로 찾아든다. 시나브로 우포늪에 가을빛이 드리우면, 불볕더위와 세상사에 지친 마음도 사그라진다. 가을 우포늪은 그저 바라만 봐도 좋다.

우포늪은 우리나라 최대 내륙 습지로, 우포, 목포, 사지포와 쪽지벌을 포함하며 산밖벌까지 아우른다. 우포는 고지도에 목포, 사포와 함께 등장하는데, 우포와 목포 사이에 소의 목처럼 생겨 이름 붙은 우항산(牛項山)이 자리하고 있다. 그곳 마을 이름이 ‘소목’이고 마을 사람들은 우포를 ‘소벌’이라 불렀다.

우포늪은 약 1억년 전에 퇴적암 위에 형성된 늪지다. 인근에 발견된 공룡 흔적까지 곳곳에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우포늪은 아름다운 경관에 다양한 생명을 품은 자연유산의 보고이다. 2011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고, 지난 7월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이 되었다.

우포늪은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소리가 처량하다는 동요 속 새, 국제적 멸종 위기종이자 1979년 국내 멸종이 공식화된 ‘따오기’를 복원하며 널리 알려졌다. 지금까지 430여 마리가 방사되었다. 그중 일부는 우포늪 일대에 자리 잡아 텃새로 살아가고 있다. 인근 옥천마을 논에서 따오기를 보았을 때의 반가움을 잊을 수 없다.

아쉽게도, 올해는 가시연꽃잎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던 여름 철새 물꿩이 보이지 않는다. 24년째 우포를 보살피는 주영학(1948년생) 지킴이는 “그동안 물꿩이 찾아와 참 좋았는데, 올해는 더위가 심해 그냥 지나갔나 봐요. 모든 게 영원하지 않죠. 들고 나는 게 자연의 이치죠. 그래도 성급한 겨울 철새는 벌써 왔어요”라고 말한다.

덧붙여, 요즘 목포 제방에서 바라보는 새벽 물안개가 특히나 아름답다 한다. 자연과 함께 어부도, 지킴이도, 마을 사람들도 기대어 사는 곳이 우포늪이다. 그 다정한 부름에 새벽 물안개 피어오르는 가을 우포늪으로 마음이 먼저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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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자연유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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