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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지적장애 선원 울린 인력소개업자…3년 넘게 임금 1.3억 착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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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해양경찰이 불법 선원소개업자한테 임금 착취를 당하고 있던 피해 어선원을 발견해 구조하고 있다. 사진 통영해양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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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동안 지적 능력이 부족한 발달장애인을 어선원으로 취업시킨 뒤 임금을 가로챈 불법 선원소개업자가 해양경찰에 붙잡혔다. 이 업자와 함께 일부 선주들을 속여 선급금을 가로챈 선원 3명도 함께 검거됐다.

경남 통영해양경찰서는 A씨(50대)를 준사기, 직업안정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통영해경은 선급금을 편취한 어선원 3명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했다.

해경에 따르면 A씨는 2019년부터 최근까지 부산에서 선원소개소를 운영하면서 지적장애(1명)·경계선지능(2명)을 가진 어선원 3명(50~60대)의 임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씨가 3년 3개월에 걸쳐 자기 통장으로 빼돌린 이들 임금은 1억3000만원에 달했다. A씨는 이들 선원이 지적 능력이 떨어지니 자기에게 돈을 주면 지급하겠다며 선주들한테 직접 돈을 받았다.

A씨는 이들 피해자를 소개소로 데려와 숙식을 제공한 뒤, 이를 빌미로 채무를 지게 한 뒤 뱃일을 하도록 압박했다. 피해자들이 하루 약 20시간씩 일한 곳은 서해안 꽃게잡이 통발어선으로, 노동 강도가 높고 근무 환경이 열악해 내국인도 꺼린다는 게 해경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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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선원소개업자한테 임금 착취를 당한 피해 선원. 사진 통영해양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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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고된 노동을 못 이긴 선원이 병원 진료를 이유로 배에서 내려 집으로 가면 사람을 보내 다시 배에 오르게 했다. 선주와 선원 간 계약 기간이 끝나면, 소개소로 다시 데려와 다른 어선에서 일할 때까지 감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말을 듣지 않는다’며 폭행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선주들은 이들 선원이 도망가 이탈을 막으려고, 조업을 마치고 입항해도 배를 육지에 대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5개월 남짓인 한 철 조업 기간 내내 이 같은 행위를 했다고 한다.

A씨는 무허가 선원소개소를 운영, 선주들한테 불법으로 알선한 어선원만 140명으로 집계됐다. 이를 통해 A씨는 불법 소개비로 1억원을 챙겼다.

해경 수사 결과, 지적장애를 가진 선원뿐만 아니라 일부 선주들도 A씨 등에게 피해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다른 일반 선원 3명과 공모해 1년간 승선하는 조건으로 선급금 3000만원을 받아 놓고, 무단으로 배에서 내리는 방식으로 선주들한테 피해를 준 혐의다. A씨 등 4명은 이 수법으로 4차례에 걸쳐 1억2000만원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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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해양경찰서 청사 전경. 사진 통영해양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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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런 범행으로 번 약 4억원을 대부분 생활비와 유흥비로 썼다. 특히 이 중 1억7000만원은 1403회에 걸쳐 인터넷 불법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영해경은 경남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연계, 임금 착취를 당한 선원들을 서해안 어선에서 구출, 가족 품으로 돌려보냈다. 통영해경 이정석 수사과정(경정)은 “지적장애 선원이나 연고가 없는 선원 등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인권유린과 임금착취 사범에 대한 수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통영=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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