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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커피 1잔 시키고 10시간 일해”…결국 줄줄이 문닫는 이 나라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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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서울 시내 한 커피숍에서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들이 노트북 등을 펴고 공부를 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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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커피 한잔만 주문하고 장시간 카페를 떠나지 않는 손님들 탓에 줄폐업이 일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 아에라닷은 지난 24일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카페 이용자가 늘었지만 작년 카페 도산 건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발표된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일본 내 카페 파산은 72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34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이자 역대 최고치다.

카페 폐업 건수가 급증한 현상은 카페 메뉴의 단가가 비교적 낮은 데다 회전율이 높지 않은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최근 카페에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커피 한 잔으로 장시간 머무는 손님이 늘었다고 한다.

IT업계 재직 중인 한 20대 남성은 한 잔에 420엔(약 3900원) 수준의 커피 한 잔을 주문한 뒤 4시간가량 카페에 머물며 업무를 본다. 그는 이 매체에 “원격 근무하는 날 집에선 집중이 되지 않아 카페에 간다”며 “회사에 있으면 잡무가 많아 내 일을 할 수 없지만 카페에서는 적당히 집중할 수 있고, 커피 한 잔을 주문하면 쭉 머물 수 있다”고 말했다.

웹 디자이너 쿠미 와타나베(40)씨도 카페에서 평균 3~4시간을 보낸다. 때로는 10시간 넘게 같은 카페에 머물기도 한다. 그는 “조금 미안한 마음에 케이크를 시키기도 한다. 커피와 케이크를 합쳐도 1000엔(약 9300원)이 들지 않는다”며 “카페에서 일하면 집중이 잘 된다”고 말했다.

과거 일본 카페는 비교적 짧은 시간 이용하는 손님들이 많아 단가가 낮아도 회전율로 매출을 채웠다. 그러나 회전율이 낮아지면서 카페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일부 카페는 90~120분 정도의 이용시간 제한을 두고 운영하기도 한다. 이런 카페에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종업원이 다가와 “시간이 다 됐다”고 알려준다. 다만 이런 제한을 두면 아예 카페 이용을 꺼리는 손님이 늘어나 업주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 카페 업주는 “경영을 생각하면 회전율을 올리거나 가격을 올리는 수밖에 없는데 가격을 올리고 싶진 않다”며 “우선 콘센트를 막아놨고 90분 이용 시간 공지를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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