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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새 국면 맞은 '고려아연 vs 영풍'…판도를 바꾸는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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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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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참전으로 '쩐의 전쟁' 양상으로 흘러가던 두 집안싸움은 이제 변곡점을 맞아 2라운드에 돌입했다.

불후의 일격을 당한 고려아연은 국가핵심기술 신청이라는 반격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여기에 양측이 '맞고소'로 대립하면서 치열한 법적 다툼이 예고되면서 경영권 분쟁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을 75만원으로 상향했다.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도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상향했다.

MBK 관계자는 "공개매수 거래일 연장 없이 가격 조정이 가능한 마지막 날 기존 투자자들에게 이전 할증 가격에 추가로 13.6%라는 프리미엄을 더 제시한 것"이라며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 가격도 상향 조정하는 등 기존 주주들의 청약률을 높이기 위해 이번 공개매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치열한 물밑 수싸움…3조원대 쩐의 전쟁으로 확대



이번 공개매수가 인상은 날 선 공방전 속 치열한 물밑 수싸움이 반영된 결과다.

고려아연의 주가는 MBK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시작했던 13일부터 눈에 띄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한때 75만원대에 거래되기도 했으나 현재 70만원 안팎으로 MBK가 제시한 가격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사모펀드와 손을 잡은 영풍의 거센 공세와 이에 저항하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양상이 격화되자 양측이 서로 공개매수가를 더 높게 부르는 '쩐의 전쟁'이 열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그동안 MBK는 공개매수 초반부터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일축해 왔다. 영풍 장씨 일가와 최윤범 회장 일가, 고려아연 자사주를 제외한 기타 주주(48.8%) 중 97.7%가 기관투자자로 구성된 이들의 평균 취득 단가를 고려해 공개매수 성공을 자신해왔다.

하지만 주가가 고공행진 하는 가운데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을 올리는 동시에 최 회장 측의 대항 공개매수 의지를 꺾기 위해 가격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공개매수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매수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마지막 날 가격 인상을 결정하면서 최 회장 측이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변곡점을 맞은 '쩐의 전쟁'은 3조원대 규모로 확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최 회장 측은 남은 기간 더 많은 백기사와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MBK가 이번 공개매수에 투입하는 금액은 공개매수 물량 최대 기준 2조1332억원에서 2조4396억원으로 약 3000억원가량 늘게 된다. MBK는 영풍에서 빌린 3000억원을 공개매수 자금으로 활용한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소 방어선인 6%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대항 공개 매수에 필요한 자금 약 1조원 안팎을 마련하기 위해 물밑 작업 중이다. 한국투자증권, 소프트뱅크, 베인캐피털, 스미토모상사 등이 우군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23년 만에 4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발행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정부에 SOS…'국가핵심기술' 꺼내든 이유



영풍이 사모펀드의 힘을 빌려 압박하자 고려아연도 '국가 핵심기술'이라는 반격의 카드를 날리면서 새 국면을 예고했다. 사실상 고려아연이 정부에 'SOS'를 청한 셈이다.

고려아연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자사의 이차전지 소재 관련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을 국가 핵심기술로 판정해 달라며 신청서를 제출했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에 국가의 안전 보장 및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국가 핵심기술로 규정해 특별 관리한다.

국가 예산이 들어간 국가 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경제 안보상 이유로 정부 승인이 있어야 외국 기업에 인수될 수 있다.

현재 고려아연은 MBK가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MBK는 한국 토종 사모펀드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특히 MBK는 줄곧 중국 기업에 매각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이 중국 등 외국에 자사가 매각되기 어렵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재매각을 통한 이익 실현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MBK의 사업 구상에 타격을 가하는 동시에 중국계 자본으로부터 핵심 국가기관 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 기술이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될 경우 그간 관망하는 태도를 보였던 정부가 직접 관여할 수 있게 돼 분쟁 구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여론전→법적 공방' 확전…벼랑 끝 고소戰



날 선 여론전을 벌이던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은 이제 법적 공방으로 번졌다. 검찰 수사와 법원 판단에 따라 경영권 분쟁 판도가 뒤바뀔 여지도 있다.

고려아연 계열사인 영풍정밀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장형진 영풍 고문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노진수 전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에 앞서 영풍은 지난 13일 고려아연 회계장부 등의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19일에는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정태웅 대표 등에 대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현재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명분으로 최윤범 회장과 관련된 ▲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배임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관여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 의무 위반 ▲이사회 결의 없는 지급보증 관련 상법 위반 ▲일감 몰아주기 등 의혹들은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반면 고려아연은 최 회장을 둘러싼 의혹들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법원의 판단에 따라 여론이 뒤바뀔 수 있다.

여기에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4~5년 전 영풍이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기려 했던 증거를 가지고 있다"며 추가 고소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다정 기자 d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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