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범행 장기간···피해자들 고통 고려해야”
박씨 “모멸감 주려던 것 아냐···나는 못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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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서울대 동문 등 여성 수십 명의 사진으로 허위 영상물을 만들어 유포한 이른바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 주범 박모씨에게 “되돌릴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26일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재판장 박준석) 심리로 열린 박씨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 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박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다른 주범 강모씨에게는 징역 6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박씨와 강씨는 2021년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서울대 동문 12명 등 여성 61명의 허위 영상물을 제작해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피해자들의 졸업사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사진 등을 강씨에게 전달했고, 강씨는 딥페이크(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가짜 이미지·동영상을 만들어내는 기술) 기술을 이용해 허위 영상물을 제작했다. 이들이 제작·배포한 허위 영상물은 2000개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어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박씨의 범행 기간 장기이고 영상물 개수가 매우 많은 점, 지인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러 피해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점, 피해자들이 앞으로 긴 시간 동안 허위 영상 아직도 돌아다니고 있는 건 아닌지 고통받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이어 “범행을 반복하면서 되돌릴 기회가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씨에 대해서는 “허위 영상물을 직접 제작해서 범행에 주요한 역할 했고, 제작 기간이 약 1년9개월로 범행 기간이 짧지 않은 점, 피해자들이 긴 시간 동안 불안과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하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
박씨는 그간 재판 과정에서 혼잣말을 하거나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박씨는 결심 공판에 출석해서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손발을 심하게 떠는 등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검찰은 구형하며 “재판 과정에서 박씨가 괴로운 표정을 짓는 것이 자신의 미래에 대한 걱정인지 진정한 반성인지 고려해 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씨의 변호인은 “혹여나 박씨가 재판 과정 중에서 보였던 행동이나 태도로 인해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입었을 것에 대해서도 본의는 아니었지만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최후진술에서 “너무나 말하고 싶은 것은 피해자들을 절대 미워하거나 모멸감을 주거나 (그들로부터) 우월감을 느끼려 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나름) 나름 공부도 열심히 하고 옳게 생각한다고 자만했는데, (나는) 너무나 무지하고 인지력도 부족한 못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피해자들에게 고개 돌려 사과하고 싶다”며 방청석을 향해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강씨는 “제가 저지른 범행 때문에 죽고 싶을 만큼 후회스럽고, 과거 저 자신이 원망스럽다”며 “하루하루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는 피해자 측 대리인이 출석해 피해자의 진술서를 대독했다. 진술서에는 “이미 제 신상과 사진, 허위 영상물은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됐고, 지금까지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으며, 수많은 가해자들이 어디서 어떻게 피해 유포물을 이용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어야 한다”며 “막대한 피해 고려해 가장 엄중한 처벌 내려주시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씨와 강씨에 대한 선고 결과는 다음달 30일 나올 예정이다.
☞ 재판정에 선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 주범, 벌벌 떨며 “혐의 일부 시인”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6041536001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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