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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올해는 29조… 세수 2년 연속 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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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로 법인세 등 감소

최상목 “세수 오차 반복 송구”

조선일보

일러스트=김현국


지난해에 역대 최대 규모인 56조원대 세수 결손이 발생한 데 이어, 올해도 30조원에 가까운 ‘세수 펑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획재정부는 26일 ‘국세 수입 재추계 결과’를 발표하고 “올해 국세수입이 337조7000억원으로 작년말 전망했던 세입예산(367조3000억원)에 비해 29조6000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경기 부진의 여파가 올해 세수 펑크의 도화선이 됐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52년만에 적자를 보는 등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했던 영향으로 법인세가 예산에 비해 14조5000억원 줄어든 63조2000억원 걷힐 것으로 추계됐다. 자영업자들이 작년 실적에 대해 올해 내는 종합소득세 전망치도 예산보다 4조1000억원 줄어든 19조원에 그쳤다.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양도소득세 세수도 16조6000억원으로 예산보다 5조8000억원 적게 걷힐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2021~2022년에는 50조~60조원대의 세금이 더 걷힌 반면, 작년과 올해에는 대규모로 세금이 적게 걷히는 등 4년 연속 세수 오차가 발생하자 정부의 세수 전망이 부정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수추계 오차가 반복된 상황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세수추계 모든 과정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현국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법인세 쇼크’다. 2022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업황 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주요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법인세 세수가 1년 전에 비해 15조원 넘게 줄어든 33조원에 그쳤다. 올 한해 걷기로 한 법인세 목표액(77조7000억원)의 42.5%밖에 걷히지 않았다.

◇작년 수준 밑돈 법인세 중간 납부

이에 국세청은 ‘법인세 중간 예납’ 기간인 8월에 올해분 법인세 일부를 미리 내달라고 독려했다. 법인세 중간 예납은 ‘전년 법인세 납부액 절반’이나 ‘올해 상반기(1~6월) 가결산 세금’ 중 작은 금액을 8월에 미리 내는 제도다. 올해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되살아나면서 기업 실적이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에, 정부가 기업들의 중간 예납에 기대를 건 것이다.

하지만 올 8월 중간 예납액은 20조1000억원에 그쳤다. 세수 결손이 올해보다 심각했던 작년 8월(22조원)보다도 1조9000억원 줄어든 것이다. 작년에 손실을 봤다가 올 상반기에 16조원대 이익을 낸 삼성전자와 올 들어 6조원대 흑자로 전환한 SK하이닉스 등은 적지 않은 법인세를 예납했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작년 손실로 올 3월 정기 납부 기간 때 ‘0원’을 낸 기업들은 상반기 가결산분 법인세를 의무적으로 8월에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에 조금이라도 흑자를 냈던 대부분 기업들은 법인세 쇼크가 심각했던 작년치 법인세의 절반을 8월에 납부하는데 그쳤다. 이에 정부가 기대했던 법인세 중간 예납 증가가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이외에도 유류세 인하 조치 등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가 4조1000억원 덜 걷히는 등 주요 세목(稅目) 가운데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모든 세목에서 당초 목표보다 세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기재부는 전망했다. 건설 경기가 침체한 데다 주택 거래도 비과세 혜택을 받는 1가구 1주택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양도소득세 세수도 예산에 비해 6조원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기재부는 전망했다.

◇지방 재정도 비상

대규모 세수 오차가 4년 연속 현실화되면서 나라 살림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소득세와 법인세 등 내국세 세수의 약 40%를 차지하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세수 결손 여파로 12조원가량 줄어들어 전국 17개 지자체들이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9월 그해 세수를 다시 전망하고 세수 추계 모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복되는 세수 오차 문제를 해결할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기치 않은 세수 오차는 늘 있을 수 있는데, 그때마다 원칙없이 기금을 갖다쓰는 등 미봉책으로 일관하는 것은 문제”라며 “돈이 적게 들어온 만큼 정식으로 세입 경정 추경안을 내고 국회에서 지출을 어떻게 할지 재논의하는 절차를 거치는 게 맞는다”고 했다. 382조4000억원에 달하는 내년도 국세수입 예산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우 교수는 주장했다. 올해 예산에 비해서는 15조1000억원 늘어난 규모지만, 이날 다시 추계된 세수 전망치와 비교하면 세수가 44조원 넘게 더 걷혀야 하는 금액이다.

◇근소세 세수 법인세 육박

한편 2년 연속 법인세 쇼크가 이어지면서 직장인들이 내는 근로소득세 세수가 법인세와 비슷해지는 기현상까지 나타날 전망이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소득세 세수는 62조1000억원으로 법인세(80조4000억원)의 77.2%였다. 하지만 이날 정부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근로소득세 세수 전망치는 61조7000억원으로 법인세(63조2000억원)의 97.6%에 육박했다.

다만 세금이 덜 걷힌 만큼 국채를 발행해 메꾸거나 나랏돈 씀씀이를 줄이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계획은 없다고 기획재정부는 못박았다. 국가 채무가 12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국채 발행을 당초 계획보다 더 늘리는 것보다는 각종 정부 기금의 여윳돈을 동원하거나 올해 안으로 집행하기 어려운 일부 재정 사업 예산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이날 발표하지 않았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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