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속 돌봄 서비스 인력 부족
정부 “연간 400명, 2년 비자 허용”
전문가 “초기 정착시킬 대책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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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경남 창원시에 소재한 마산대 국제교류원에서 만난 베트남 출신의 호티디에우튀 씨(24)는 본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 대학 부설기관인 요양보호사교육원 자격 취득 과정에 참여한 첫 외국인 유학생으로, 이달 초부터 3주째 이론 수업을 듣고 있다.
2019년 한국에 유학 온 호 씨는 ‘주독야경’하며 요양보호사에 도전하고 있다. 매일 8시간씩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학교 인근 식당에서 파트 타임으로 6시간씩 일한다. 12월까지 이론 및 실기 240시간, 현장실습 8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면 내년 1월경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 자격증을 따고 요양시설에 취업하면 특정활동(E-7) 비자를 얻어 호 씨가 한국에 장기 정착할 길도 열린다.
●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어 요양보호사 도입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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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씨가 요양보호사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올해 정부의 비자 완화 조치에 따른 것이다.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6월 국내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이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국내에서 요양보호사 활동이 가능하도록 E-7 비자 허용 분야에 요양보호사를 신설했다. 서울시가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도입한 데 이어 요양보호사 분야에도 외국인의 활동이 본격화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법무부는 연 400명 범위 내에서 2년간 비자 허용을 시범 운영하는 한편으로 국내 체류 동포의 요양보호 분야 취업도 장려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비자 완화 조치 이후 마산대가 첫발을 뗐다.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외국인 유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1기 요양보호사 양성 과정을 부설기관에 개설한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 등 지역 소멸 문제를 외국인 유학생을 통해 극복하는 한편으로 국내에 부족한 돌봄 서비스 인력을 확충한다는 취지다. 조현준 마산대 국제교류원 교수는 “인구 소멸 및 돌봄 인력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과 지역 내 정주 지원은 우리 대학 입장에선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전국 첫 시도인 만큼 교육 이수와 자격증 취득은 물론이고 취업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과정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할 내국인이 점점 더 줄어들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인구통계를 보면 65세 이상 인구는 973만 명(2023년 말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20%에 육박한다. 건강보험연구원 조사 결과 지난해 110만 명 수준인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는 2027년 145만 명, 2030년 16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을 돌볼 요양보호사 공급은 2027년부터 7만5000명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 “초기 정착 돕고 장기적 관리 대책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외국인 요양보호사가 우리 사회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초기 정착을 위한 경제적 지원과 더불어 장기적인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보다 앞서 일본이 2019년 일손이 부족한 12개 업종을 ‘특정기능’으로 지정하고 해당 분야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대 5년간 체류를 허용하는 특정기능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 중 핵심 업종이 개호(介護·돌봄)였다. 그러나 노동 강도가 높은 반면에 처우는 낮아 외국인 상당수가 의무 근무 연한인 5년을 채운 뒤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거나 고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희경 국립창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필리핀 가사도우미로 입국한 100명 중 2명의 행방이 묘연해진 것처럼 일단 진입하기 쉬운 저임금 직역으로 진입한 외국인들이 불법 체류를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일단 입국한 외국인은 사실상 우리나라에 계속 거주할 것이기 때문에 직역 이탈 방지를 위한 대책과 보수 교육, 임금 등을 정부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창원=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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