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와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 전반 토트넘 손흥민이 뮌헨 샤샤 보이의 파울에 넘어지고 있다. 2024.8.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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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축구장과 잔디품종은 같은데 왜 잔디상태가 엉망일까.
최근 손흥민 등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국내 축구 경기장의 잔디상태를 지적하면서 축구팬들 사이에서 나온 질문이다.
26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업계에선 뚜렷한 사계절과 특히 유난히 덥고 습해진 여름, 여기에 부실한 관리로 인해 잔디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현재 국내 경기장에 보급된 잔디 자체의 품질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세계적인 축구장들과 마찬가지로 국내 축구경기장에 쓰이는 잔디도 대부분 '켄터키블루글라스'라는 품종을 쓴다. 이 품종은 축구장 뿐만 아니라 국내 골프장에서도 많이 쓰인다.
그런데도 유럽의 세계적인 구장과 달리 잔디 상태가 좋지 못한 첫 번째 이유는 기후 문제가 꼽힌다. 우선 국내에서는 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더 더워지고,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잔디가 받는 스트레스가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상청의 '2024년 여름철(6~8월) 기후분석 결과'를 보면 올 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25.6℃로 평년(23.7℃)보다 1.9℃높았다.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야간 최저 기온이 25℃ 이상인 열대야일수는 20.2일로 역대 1위였으며, 평년(6.5일) 대비 3.1배에 달했다. 장마철엔 폭우가 집중됐다. 올해 전체 여름철 강수량 중 78.8%(474.8mm)가 장마철에 내렸는데 이는 1973년 이래 가장 큰 비율이며,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474.8mm로 평년(356.7mm)보다32.5%(118.1mm) 더 많이 내렸다.
K리그 경기장 등 현재 25개 구장의 잔디 컨설팅을 맡고 있는 삼성물산 잔디환경연구소는 이같은 잔디상태가 기후변화에 있다고 보고 올해 초 '제2회 삼성 잔디 세미나'를 열어 "기후 변화로 인해 잔디 생육이 저하되고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병충해가 급증하는 등 대부분의 경기장에서 잔디 품질의 저하를 겪게 됐다"고 설명했다.
관리 주체가 다른 구조적인 요인도 잔디품질을 저하시키는 이유다. 세계적인 구단들은 직접 잔디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반면 국내에선 구단이 아닌 시설공단과 같은 공공기관이 맡고 있다. 이에 경기가 아닌 다른 행사에도 사용되는 경우가 있고, 경기가 아닌 연습에도 사용하는 등 관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잔디 전문가들은 켄터키블루글라스 등 경기장에 사용되는 잔디는 사용 기간이 최소 2주 간격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경기장 사용으로 벌어들인 수익에 비해 잔디 관리에 지출되는 비용이 적다는 지적도 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서귀포시)이 서울시설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보면 공단이 올 들어 8월 말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관리에 총 2억5327만원을 지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같은 기간 축구 경기와 연예인 콘서트 대관, 주차요금 등으로는 올해 들어 82억550만원을 벌었다. 그러면서 공연 등으로 잔디가 훼손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공단 측은 다른 행사보단 폭염과 열대야, 폭우 등 기후 영향으로 잔디가 훼손됐다는 입장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국내 축구경기장의 잔디 상태 문제는 우선 국내의 독특한 기후 영향에 따라 잔디생육 자체가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면서 "그만큼 관리주체가 신경을 써야하지만 현실적으로 수익과 행사 등 현실적으로 고려할 문제가 많아 단기간에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명 기자 charm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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