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잊힐 권리'다. 온라인상에 떠도는 자신이 등장하는 성착취물이나 허위영상물(딥페이크)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플랫폼에선 여전히 피해자들의 영상이 떠돌고 있다.
27일 뉴스핌은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가 모니터링하고 있는 내용을 토대로 구글에 성착취물 가해자 이름을 검색해 봤다. 해당 검색어를 입력하자 불법성인사이트가 여러 개 떴다.
디성센터에 따르면 이곳엔 여전히 성착취물 피해자 영상이 돌아다니고 있다. 반면 같은 검색어를 국내 플랫폼인 네이버에 검색했을 땐 이런 일이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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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디지털성범죄 전문가들은 국내 플랫폼의 경우 협조가 잘 되고 있지만, 해외플랫폼의 경우 이러한 기본적인 검색 차단도 안 되는 등 '구멍'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성인사이트에 돌아다니는 성범죄물을 완전히 삭제할 수 없다면 적어도 플랫폼에서 검색을 통해 접속할 수 있는 통로라도 막아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디성센터가 수집한 '성범죄물 유포 사이트 서버 국가 현황'을 보면 전체 2만6426건 중 95.4%인 2만5201건은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에서 유포되고 있다.
미국(1만8568건), 오스트레일리아(1554건), 네덜란드(1483건) 등 순이다. 한국에 서버를 둔 사이트는 4.6%(1225건)에 불과하다.
해외 서버를 둔 사이트는 국내 기관이 삭제와 차단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 지원 체계 개선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삭제
지원을 요청받은 디지털성범죄 피해 영상물 93만8000건 중 29%인 26만9000건이 삭제되지 못했다.
디성센터 관계자는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사이트가 특정 사건이나 가해자 이름을 검색했을 때 연관해서 뜨지만 않아도 피해자 피해는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등이 크게 문제가 되는 것에 비해 기업의 책임, 특히 구글이나 인스타그램, 엑스(옛 트위터)와 같은 해외플랫폼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많이 나오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개정안 통과로 앞으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신상정보 유포, 딥페이크 소지·시청 등에 대한 피해자 지원과 처벌이 가능해졌다"며 "이에 따라 구글·메타 등 글로벌 기업들도 기술 개발을 통한 선제적 조치와 정부 등 유관기관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6일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비롯한 허위영상물 등의 소지·구입·저장·시청에 대해 처벌하는 '성폭력 처벌법 개정안(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앞으론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비롯한 허위영상물 등을 소지·구입·저장·시청만해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ykno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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