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전국학생인권교사연대 등 단체 대표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성명서를 읽고 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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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부모와 학생 인권 단체들이 교육에 방해된다고 판단되는 학생을 교실에서 내보내거나 물리적으로 제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규탄하고 나섰다. 교육활동 보호 실효성이 적은 데다 장애 학생 등 사회적 소수 학생을 배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전국학생인권교사연대 등 20개 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학교 내 분리·물리적 제지 법제화 규탄 결의대회’를 열어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대표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해당 법안에는 교육을 방해한 학생을 분리 조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담겼다. 교육활동 중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는 등 긴급한 경우 학생을 물리적으로 제지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있다. 지난해 교사의 교육활동침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공포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등을 통해 이뤄져 온 교실 분리, 물리적 제지 등을 법제화하려는 취지다.
이날 현장에 모인 400여명의 학부모·교사들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학생 인권을 위태롭게 만들고 교사도 보호하기 힘든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며 “교육 주체 간의 벽을 쌓는 법률안이 아니라 보다 나은 교육환경이 마련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주장했다. 불충분한 교육 여건 속에 교사 개인 판단에 따라 학생을 분리하고 제지하는 조치만 시행될 경우 교사에게도 학생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소속 이제호 변호사는 “물리적 제지와 분리 조치를 할 여건도 충분하지 않은데, 마치 이런 권한이 교권 보호 문제를 해결할 수단처럼 보이게 한다”고 말했다.
실제 고시를 통해 학생 분리 조처 등이 시행된 뒤, 교실이 배제의 공간이 되고 있다는 게 현장 교사의 설명이다. 전국학생인권교사연대 소속 조영선 교사는 “학생이 소리를 내거나 행동하기 시작하면 (다른 학생들이) ‘선생님 쟤 내보내요’ 하는 각자도생의 말을 쏟아낸다”고 말했다.
특히 ‘도전 행동’을 보이는 장애학생(특수교육 대상자)의 경우 한층 빈번히 교실에서의 배제를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전국통합교육학부모협의회가 올해 6∼9월 특수교육대상자 학부모를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에선 10.4%가 교실 내 또는 교실 밖 분리 조치를 겪었고, 5.5%는 물리적 제지를 받았다. 가정학습 조치를 받은 학생(1.8%)까지 더하면 약 17.6%가 교실에서 분리되는 경험을 한 셈이다. 이은선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회장은 “현재 고시만으로도 장애 학생 다수가 가정학습으로 내몰려 교육부에 호소하니, 부모가 동의 안 하면 된다고 했다”며 “법제화되면 부모 동의도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교사 개인에게 맡기는 학생에 대한 제재가 아닌 교육 현장 지원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장애 학생뿐 아니라, 발달 지연이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사회적 약자 등 이 모든 학생이 분리·제지 대상이 될 게 뻔하다”며 “학생인권법을 먼저 제대로 만든 다음에 이 법안(초·중등교육법)을 손보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박 교실’이란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교사 한 명이 학생 수십 명을 책임지지 않도록 교사들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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