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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IAEA 사무총장 “북한 사실상 핵 보유국”…‘북 비핵화 회의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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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하면서 우라늄 농축시설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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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북한을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지칭하면서, 북핵 위험을 관리할 외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의 핵 능력이 급속도로 강화되면서 미국에서도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핵 군축 협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핵 비확산 체제의 핵심인 국제원자력기구의 수장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라 파문이 일고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26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북한 핵 프로그램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국제법을 위반한 점에서는 비난받아야 한다면서도, 2006년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a de facto nuclear weapon possessor state)이 된 이후 국제사회의 대화 시도가 없었고, 이후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대폭 확대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과 대화를 중단한 것이 조금이라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했는지 의문이며 오히려 상황을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북한이 처음으로 고농축 우라늄 생산 시설을 공개한 것에 대해, “북한은 국제 핵 안전 기준이 지켜지는지 확인할 수 없는 광대한 핵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핵탄두를 30~50개 보유하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라고 주문한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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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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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시 총장의 이번 발언은 북핵 위험을 줄일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지만, 사실상 북한 핵 보유를 용인하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27일 “북한 비핵화는 한반도와 전세계 평화·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 조건이자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라고 반박하면서, “우리는 국제원자력기구를 포함한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의 비핵화 달성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핵 개발 가속화와 북·러 밀착 속에 국제적으로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과 밀착한 러시아는 북한 비핵화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할 전문가위원회의 활동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북한 핵 개발을 막을 제재를 무력화하고 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올해 내놓은 정강정책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목표가 모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억제하는 방향의 핵 군축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에서도 단기간 내 한반도 비핵화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북한의 핵 능력 증대 차단과 위기 관리에 주력하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가 “미국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북한과 ‘중간 단계 협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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