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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취재파일] "수사 외압"vs"집에 있었다"…국감장 달굴 '세관 마약 수사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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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정치권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이슈 중 하나는 '서울 영등포경찰서의 마약 연루 세관 수사'입니다. 의혹은 백해룡 경정(전 영등포서 형사2과장)이 이끌었던 인천공항세관 직원들을 상대로 한 마약 수사에 경찰 상부가 개입했고, 개입의 배후로는 용산 대통령실이 있었다는 겁니다. 야권에서는 이 사건을 '제2의 채 상병 사건'으로 프레임을 잡았습니다. 반대로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지목된 경찰들은 외압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연루된 의혹을 받는 세관 직원들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관세청 차원에서는 반대 보도자료까지 내며 맞서고 있습니다.

뜨거운 여름은 지났지만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못했습니다. 세관 직원들이 연루됐다는 뚜렷한 증거도, 외압이 행사돼 수사가 진행되지 못했다는 증거도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다음 달에 있을 관세청과 서울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취재파일을 통해서는 이 사건의 흐름과 각 관계자들의 주장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특히 관계자들의 발언은 그대로 소개했습니다.

영등포경찰서의 '역대급' 마약 수사



지난해 10월,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말레이시아에서 마약을 들여온 마약 밀수입 조직을 검거했다며 대대적인 언론 브리핑을 열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반적인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으로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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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해룡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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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여간 집중적인 수사 활동을 통해 피의자들을 검거하는 한편 10차례 압수수색 실시하여 이들 조직원들이 보관, 은닉하고 있던 필로폰 27.8kg을 수거하여 국내 유통을 차단했습니다" -백해룡 당시 형사2과장





경찰이 압수한 마약은 90만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시가 834억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이었습니다. 실제 경찰서 브리핑장에는 마약 조직이 밀수했다가 적발된 증거품들이 깔렸습니다. 일당이 지금까지 국내에 유통한 전체 마약 규모는 파악된 것만 74kg으로 경찰이 수사한 밀반입 규모로는 역대 최대라고 수사팀은 밝혔습니다. 이들은 몸에 마약을 부착하는 '인편'으로 밀수를 하거나 나무 도마에 마약을 숨겨 화물편으로 들여오는 방식을 이용했습니다. 나무 도마는 마약 운반을 위해서 특수 제작된 것으로 조사 됐습니다. 경찰은 일당을 중국과 한국, 말레이시아에 거점을 둔 거대 국제 마약 조직으로 파악했습니다. 하지만, 운반책들을 국내로 보낸 해외 총책과 마약을 받은 국내 총책은 아직 검거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필로폰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수사에 집중하는 한편 범죄조직 일망타진을 위해 검거활동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남은 조직원 소탕에 대한 추가 수사 계획을 밝히며 브리핑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한 언론은 최초 경찰 브리핑에서 중요한 내용이 삭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바로 인천공항세관 직원들이 마약 밀수를 도와 수사 선상에 올랐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세관 직원들이 입국을 도와줬다"는 말레이시아 마약 운반책들의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운반책들은 해외 총책이 자신들을 국내로 보내면서 "미리 매수해 둔 세관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며 안심시켰고, 세관 직원들의 사진까지 보여줬다고 진술한 겁니다. (구체적인 지시 기록이나 사진은 남아 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백 경정은 세관 직원들도 연루됐고 추가 수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을 브리핑에 넣으려고 했으나, 상부에서 보도자료 수정 및 언론 브리핑 연기를 요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부분이 백 경정이 주장하는 첫 번째 '수사 외압'으로 백 경정은 외압의 배후로 '용산'을 언급했습니다.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백 경정은 당시 영등포경찰서장이 외압을 시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백 경정은 "(세관 직원 연루 의혹이 보함된)브리핑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하니까 (서장이) 용산에서 알고 있어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혀습니다. 당시 영등포경찰서장은 '용산 개입설'은 사실무근이라며 뚜렷한 물증 없이 진술만 있는 상황에서 외부로 브리핑하는 것을 지적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김찬수 총경은 "(백 경정이) '9월 22일 세관 압수수색은 브리핑 후 진행할 예정입니다'라는 보고를 합니다. 어느 지휘관이 브리핑 한 다음에 압수수색을 합니까?"라고 반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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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해룡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 (왼쪽)과 김찬수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장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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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경정은 자신의 직속상관이 아닌 다른 부서의 고위 간부에게서 외압성 전화를 받았다며 두 번째 수사 외압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당시 마약 수사에 대한 언론 브리핑 직전, 관세청 출신인 조병노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 백 경정에 전화를 걸어 브리핑 내용을 문의한 겁니다. 백 경정은 세관 직원에 대한 언급을 빼기 위한 압박성 전화였다고 주장했고, 조 경무관은 세관의 업무 협조 요청에 따른 확인 절차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조 경무관은 지난달 청문회에서 "인천공항세관장이 업무 협조 요청이 왔고 언론 브리핑 내용 중에 세관 직원 언급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부탁이 와서 (백 경정에게 전화)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관세청의 반박 "대통령실에 협조한 적도 없다"



관세청은 이례적으로 많은 분량의 보도자료를 내고 연루 의혹 하나하나를 반박했습니다. 관세청은 자료에서 "'세관 직원이 도와줬다'는 거짓 정보는 마약 범죄자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운반책들의 진술이 번복되고, 진술과 실제 근무 상황과 차이가 있어 혐의 개연성이 높지 않다"며 반박했습니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피의자로 입건된 인천공항세관 직원들이 있습니다. SBS 취재진은 지난달 청문회를 앞두고, 피의자로 입건된 세관 직원 7명 중 4명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마약 운반책들의 지목만으로 피의자 입건돼 수사를 받아왔습니다. 직원들은 "백 경정이 주장하는 '수사 외압'이 있으려면 외압으로 수사가 없었어야 하는데, 지난 1년 동안 본인과 가족들까지 강압적인 수사를 받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그동안 경찰의 수사에 협조해왔는데, 백 경정이 갑자기 사건을 '수사 외압'으로 이끌고 있어 참지 못하고 나서는 것이라고 인터뷰에 응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직원들은 자신들이 혐의에 대해서 반박하며 수사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찰은 주범으로 입건했는데, 집에 있었다는 세관 직원



먼저, A 주무관은 경찰이 이 사건의 주범으로 보는 인물입니다. 경찰은 운반책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A 주무관이 운반책들의 입국을 돕고 공항 밖 택시 정류소까지 배웅하기도 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A 주무관은 당일 자신은 연가라 공항에 없었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해당 날짜에 집에서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촬영했던 동영상과 수면 데이터 남겨진 스마트워치 기록, 공항에 가지 않았다는 공항 출입 패스 기록까지 자신의 동선이 드러난 각종 자료를 모두 경찰에 제출했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에서는 관련 증거들을 취재진에 직접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구글 타임라인을 쓰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날 동선이 다 나온 거예요. 26일 스타벅스 커피 마시러 간 것도 나오고, (운반책들이 입국한 2023년 1월)27일 날은 제가 혼자 아기를 집에서 종일 보고 있었거든요. 제가 그날 공항에 들어온 패스 출입 기록도 없고..." -A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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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주무관이 제출한 증거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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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알리바이에도 경찰은 운반책들이 입국하기 전 A 주무관의 사진을 받아봤기 때문에 얼굴을 기억하고 정확히 지목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 A 주무관이 휴무인데도 범행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 판을 계획한 주범이었기 때문이란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운반책들이 봤다는 사진의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A 주무관이 사건 당일 공항에 있었다는 동료들의 목격담이나 CCTV 기록 등 어떤 증거도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 주무관은 "1년 동안 수사에 대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수사를 질질 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A 주무관이 제시한 알리바이에 대해 경찰은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동료 직원의 출입 카드를 빌려서 공항을 드나들었을 수 있다"고 추가적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증거는 확보되지 못했습니다. A 주무관은 "(공항에는) 보안 직원들이 따로 있거든요. 저희가 패스를 찍자마자 거기에 얼굴이 떠요. 만약에 제가 다른 직원들 패스를 가지고 들어갔다 그러면, 거기에 보안 직원들까지 제가 어떻게 연루를 했겠죠. 말이 안 되는 주장입니다. 경찰은 제가 주범이다, 연루됐다고 답을 내놓고 어떻게든 상황을 끼워 맞추려고 하고 있습니다"고 호소했습니다.

경찰은 말레이시아 운반책들이 공항에 도착하기 직전 세관 게이트를 드나든 기록이 남겨져 있는 동료 직원 B와 C 주무관에 집중했습니다. 휴무였던 A 주무관이 공항에 들어왔다면, 출입 기록이 남아 있는 B와 C 주무관 중 한 사람이 두 개의 출입 카드를 가지고 나갔다가 A 주무관에게 건네 함께 들어왔다고 추정하는 겁니다. 하지만, B와 C 주무관은 두 사람이 함께 담배를 사러 편의점을 다녀온 것이라며, 카드 결제 내역까지 제시했습니다. C 주무관은 "새벽 6시에 비행기가 이제 시작되기 전에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음료수 사 먹으면서 할 때가 있어서 찍힌 기록이 있고, 들어온 기록이 있거든요. (경찰들) 논리인 즉슨 A 반장은 무조건 입국장에 들어와야 이 사건이 진행이 되거든요. 제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진짜 애쓰신다'고 그랬어요"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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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 직원 대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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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시이아 마약 사범이 말이 아닌 같은 공무원의 말을 믿어 달라"



또 세관 직원들은 운반책들의 진술에 논리적 오류가 있다며 조목조목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인천공항 2터미널에는 크게 2개의 세관 게이트로 나뉘어 있는데, 직원들은 어떤 비행기가 자신들의 게이트로 들어올지 미리 알 수 없다는 겁니다. 마약 총책이 마약을 밀수하려고 작정했다면 양쪽 게이트 중에 운반책들이 어느 쪽으로 나갈지 알 수 없으니, 모든 세관 직원들과 탑승하는 항공사 직원까지 포섭해야 범죄가 가능한 구조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마약 운반책들이 탄 항공편은 일제검사 지정편이라 다른 쪽으로 빼내는 건 오히려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직원들이 모를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운반책) 6명을 데리고 나오는데 모를 수가 없거든요. 입구가 하나입니다. 공항은 그런 곳이어서." - B 주무관

"(입국 라인에서) 중간에 뺐다고 하면 우선 일반 여행자들이 난리가 나요." - C 주무관





세관 직원 안내로 바닥에 있는 초록색 줄을 따라 검사를 받지 않고 나왔다는 운반책의 진술도 사실과 어긋나는 진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B 주무관은 "(말레이시아) 조직원 중에 한 분이 어떤 직원의 안내를 받고 바닥에 있는 초록색 라인을 따라서 나왔다고 진술을 한 게 있거든요. 틀린 말이 뭐냐면 그 당시(1월)에는 바닥에 그린 라인이라는 게 없었습니다. 5월에 설치됐어요.그러니까 그 진술 자체가 다 거짓말인 거죠"라고 주장했습니다. 세관 직원들은 있지도 않았던 '그린 라인'을 언급한 말레이시아 운반책들의 진술의 신빙성에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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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백 경정 측은 해당 운반책은 "그린 라인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이 아니라 그린 라인 쪽으로 따라갔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 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게이트가 2개라 '모두를 매수해야 범행이 가능하다'는 세관 직원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게이트 사이가 120m 정도 거리라서 근무지는 사실상 무의미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의 강압수사" vs "증거 확보 위한 정당한 수사"



세관 직원 중 일부는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영장도 없이 증거를 수집하는 등 강압적으로 수사했다고 주장했는데, 이 부분에서도 경찰과 주장이 엇갈렸습니다.
"백 경정이 집으로 찾아와서 이제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카페에서 만나게 됐습니다. 그런데 카페에서 갑자기 동영상을 무단 촬영한 거예요. 그냥 저를 그냥 찍은 거예요. 같이 온 직원분이 찍고 있는지 몰랐거든요. 동영상을 찍게 되면 먼저 서면으로 동의를 받게끔 돼 있었더라고요. 근데 그런 절차가 전혀 없었거든요." - B 주무관

"임의 수사의 한 방법이다. 본인의 동의도 받고 촬영했다" - 백 경정





세관 직원은 경찰이 말레이시아 운반책들에게 세관 직원들의 얼굴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주며 추가적인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서 불법 증거를 수집한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백 경정 측은 "임의 수사의 한 방법"이라며 "본인의 동의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B 주무관은 "경찰이 피의자 인권 보호 차원에서 촬영한다고 해서 동의한 것이지 수사에 활용한다고 언급한 적은 없다"라고 재반박했습니다.

이처럼 수사를 둘러싼 수사 담당자와 피의자 측의 주장은 쟁점마다 맞서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그날의 행적이 담긴 CCTV가 진실을 말해줄 수 있는데, 경찰이 압수수색한 CCTV를 포렌식했지만, 아무런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직원들은 "CCTV 확인되면 이 사건이 다 마무리되고 조용히 넘어가겠지라고 했는데, 복구가 안 된 거에 대해서 저희가 더 억울합니다"라며 "경찰 포렌식 실력이면 이게 복원이 돼서 우리 누명이 벗겠구나 생각했었는데, 막상 나온 게 없다고 하니 막막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주무관은 "공항에는 CCTV가 정말 많이 있는데, 저희가 이렇게 큰 범죄를 관복을 입고 그렇게 큰 사건을 돕는다? 그거는 말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회로 날아간 세관 가족의 편지



지난 8월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피의자로 입건된 세관 직원의 가족은 국회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경찰의 잘못된 수사가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세관 직원들은 1년 가까운 수사로 가족들도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은 인천공항 전체가 떠들썩할 정도로 현장검증도 여러 번 진행하고도 1년 가까이 어떠한 수사결과도 내지 못했습니다. 백 경정은 수사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수사 외압이라는 다른 이유를 찾아 더 힘든 길을 가려고 합니다"

"백 경정은 왜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이 말은 믿고, 세관 직원들은 안 믿어주느냐! 백 경정의 승진과 앞날을 위해서 우리는 유죄여야만 했던 것 아닙니까?"

-편지 내용 중 일부




남은 건 공수처와 경찰의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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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과 직원들 그리고 가족까지 제기한 수사에 대한 전반적인 의혹에 대해 수사팀을 이끌던 백 경정은 "운반책들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확실하고 정황 증거도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관세청을 비롯한 직원들이 "수사 상황의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왜곡하고, 나아가 외압사건이라는 본질도 흐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수사 외압을 받아서 제대로 수사를 못했다는 백 경정과 수사 자체가 잘못됐고, 이미 할 만큼 다 했지만 나온 증거는 없다는 세관 측, 또 외압을 행사한 적 없다는 경찰 간부들까지 서로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입니다. 이제 의혹이 잠잠해지면서 백 경정의 의혹이 거짓일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실제 지난달 청문회에서 한 국회의원은 "백해룡 수사팀의 수사가 중단됐다는 진술도 사실관계부터 틀린 거짓말이었다. 백해룡 증인 본인이 본인의 진술을 입증할 어떤 증거도 내놓지 못했다. 행정안전위원회 차원에서 위증의 죄로 즉각적인 증인 고발을 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세관 직원들의 마약 밀반입 연루 의혹이나 경찰 간부들의 외압 의혹은 공수처와 영등포경찰서의 수사로 판명날 것으로 보입니다. 백 경정은 전 영등포경찰서장을 포함한 자신의 상부 보고 라인들을 공수처에 고발한 상황입니다. 공수처 수사를 통해서 실제로 백 경정이 주장하는 수준의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가 드러날 것입니다. 또 백 경정이 떠난 영등포경찰서 형사과는 말레이시아 마약 밀수단의 국내 총책 등 남은 마약 조직을 여전히 추적하고 있습니다. 총책을 검거하는데 성공한다면 실제 세관 직원들과 소위 '커넥션'이 있었는지, 아니면 운반책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한 거짓말이었는지, 혹은 운반책들의 진술 자체가 거짓이었는지가 밝혀질 겁니다. 만약에 관련자를 추가 검거하는데 실패한다면, 현재 확보한 증거만으로 세관 직원들을 송치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수사를 조만간 끝내고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세관 수사 외압 의혹의 진실이 국정감사와 수사기관의 공정한 수사를 거쳐서 밝혀지길 바랍니다. 그래야 백 경정과 세관 직원들, 그 어느 한 쪽이라도 이 긴 싸움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을테니까요.

사공성근 기자 40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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