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를 대신해 의대 교육 수준 등을 평가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내년도 정원이 늘어나는 의대에 대해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별러 왔습니다.
증원으로 교육의 질과 의사의 수준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건데,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온 정부가 결국 의평원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박진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의과대학의 교육 과정과 환경 등을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의평원의 인증을 받지 못하면 신입생의 의사 국가시험 응시가 제한되고, 이후 신입생을 모집할 수 없습니다.
지난 7월 의평원은 내년도 입학 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의대 30곳에 대해, 시설과 교원 확충 방안 등 '주요 변화 평가'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교육 여건 저하가 우려된다'며 평가 기준을 기존 15개에서 49개로 크게 늘리고, 내년부터 6년 동안 매년 평가를 시행하겠다는 겁니다.
정부는 그러나, 의평원의 평가 계획이 '의대 증원'에 걸림돌이 될 걸로 보고, 평가 항목 축소 등을 요구했습니다.
급기야 교육부는 '고등교육기관 평가 인증 규정'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의평원의 실질적 영향력을 대폭 축소시켰습니다.
평가·인증 인정기관, 즉 의평원의 공백 시 기존 평가와 인증의 유효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하고, 불인증을 받아도 1년 이상 보완 기간을 주는 특례를 신설한 겁니다.
의평원이 평가·인증 기준을 변경할 때 1주일 내 사후 통보하면 됐던 기존 규정을, 최소 1년 전에 확정해 대학에 알리라는 '사전예고제'로 바꿨습니다.
교육부는 "인정기관의 공백 시 평가 인증이 이뤄지지 않아 대학과 학생들이 큰 피해를 보는 걸 막기 위해 개정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평원에 대해 언제든 인정기관 지정 취소를 할 수 있다는 협박이라며 사실상 의평원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거라고 반발합니다.
[채동영/대한의사협회 부대변인]
"분명히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 확실한데도 그것을 평가하는 평가 내용을 유예시키고 평가의 여부와 상관없이 지금 인증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건 결국은 의료의 질을 낮추더라도 의료 개혁을 하겠다는 건데‥"
이 개정안이 공고된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는 '의평원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이 줄을 잇고 있지만, 개정안은 입법 예고 기간이 끝나는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MBC뉴스 박진준입니다.
영상편집: 배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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