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2명이 지난 5월 업무 중 피폭당한 사건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사측의 안전 관리 부실 때문에 일어난 일로 판단했다. 최대 1050만 원의 과태료 부과 및 수사 의뢰도 검토하기로 했다. 피폭 사고가 발생하고 네 달이 지나도록 지연되고 있는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판단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원안위는 지난 26일 제101회 회의를 연 뒤 이 같은 내용의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방사선피폭사건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방사선발생장치인 '엑스선형광분석장치(XRF)'를 정비하던 직원 2명이 피폭됐다. 피폭량은 선량한도인 연간 0.5시버트를 초과했고, 그 중 한 명의 피폭량은 전신 유효선량인 연간 50밀리시버트도 초과했다. 피폭자 2명은 방사선 화상을 입어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피폭자들이 정비하던 '엑스선형광분석장치'는 엑스선으로 반도체 웨이퍼에 도포된 화학물질의 두께를 측정하는 장비다. 이 장비에는 셔터를 열면, 엑스선 방출을 막는 안전장치인 '인터락'이 달려 있었는데 피폭 당시에는 작동하지 않았다. 원안위는 해당 장비의 셔터와 인터락 사이에 틈이 생겨 셔터를 닫아도 인터락이 작동하며 엑스선이 방출되지 않자, 누군가 셔터를 열어도 인터락이 작동하지 않도록 배선을 변경한 것으로 추정했다. 원안위는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 의뢰를 검토하기로 했다.
방사선 작업 관리·감독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피폭자들의 정비 작업에 대한 방사선 안전관리자의 검토·승인 절차가 없었고, 방사선 기기의 사용·운영·보수 및 관리 방법, 취급 금지 사항 등에 관한 자료도 적절히 활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안위는 "방사선 규칙에 따라 장비 사용자는 판매자로부터 받은 사용설명서, 안전수칙 등을 준수하고 방사선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을 수행해야 하나 관련 절차 및 이행이 미흡했다"며 "그 결과 인터락의 임의조작, 정비 작업자 작업 검토, 관리·감독 부재 등에 따라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중대재해법이 적용될지도 눈길을 끈다. 중대재해법은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동일 유해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등을 '중대산업재해'로 정의한다. 삼성은 피폭자들이 입은 방사선 화상이 '질병'이라 주장 중이다. 피폭자가 2명인 상황에서 이들의 피해를 '사고'가 아닌 '질병'으로 규정하면 '3명 이상'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중대재해법을 적용받지 않을 수 있다.
산업재해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이번 피폭과 관련 삼성전자에 중대재해법을 적용할지 아직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 삼성전자 기흥공장 피폭 피해자 이용규 씨의 손. 전국삼성노동조합 홈페이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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