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2026년부터 수입 추진…저가 공세로 생태계 붕괴 우려
시멘트업계, 가격인하 압박에 난색 "탄소중립 수천억 투자비 확보해야"
한일현대시멘트 강원 영월 공장 전경(한일현대시멘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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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시멘트 업계가 건설사의 중국산 수입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저가 중국 물량의 국내 유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탄소중립 투자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실적 악화로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국내 주요 건설사의 자재구매 담당자 모임인 건설자재직협의회는 중국산 시멘트 중개업체인 썬인더스트리와 수입을 논의했다. 오는 2026년부터 중국산 시멘트 78만 톤을 수입해 국내 건설 현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건설사는 원가를 낮추기 위해 저렴한 중국산 시멘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국내 시멘트업계가 가격 인상을 단행해 양국 사이에 역전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중국산 제품의 현지 가격을 톤당 6만∼8만 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국내 시멘트의 기준 가격은 11만 2000원이며, 실제 가격은 판매 물량과 계약 기간에 따라 기준가보다 낮다. 각 사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쌍용C&E 9만 3859원 △한일시멘트 9만 5858원 △성신양회 9만 6567원 △아세아시멘트 9만 6852원이다.
시멘트 업계에선 중국산 공습으로 무너진 석유화학과 철강산업을 떠올리고 있다. 실적 악화를 겪는 국내 철강업계는 정부에 반덤핑 제소를 결정했다. 세계 철강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이 시장을 흐리고 있어서다. 석유화학사도 자산을 처분하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미 국내 시멘트 업계의 각종 지표는 건설 경기 회복 지연으로 악화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시멘트 재고 물량은 126만 톤으로 1년 전 대비 15.6% 증가했다.
공장 가동률도 저조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공장 가동률은 63.7%로 지난해 전체 기준(68.3%)을 밑돌고 있다. 저가 중국산 유입은 중장기적으로 공장 셧 다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전 세계 곳곳에서 저가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확대하는 중국에 한국 진출의 문을 열어 준 것"이라며 "중국에 의존하다가 큰 위기를 겪은 요소수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설업계가 시멘트 가격 인하 압박 카드로 중국산 수입 카드를 꺼냈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유연탄 시세가 하향 안정화하면서 시멘트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시멘트 업계는 가격 인하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제조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전력 요금뿐 아니라 인건비 등 각종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오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포함한 설비투자에 투입할 비용도 연평균 6500억 원이다. 중국산 수입에 따른 경영 악화 시 투자 재원 확보는 불투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격 인상 결정 당시 원가 증가분의 100%를 반영하지 않았다"며 "시멘트 업계는 수익을 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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