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하수정 기자] 유명 원작이 존재하고, 이미 여러 나라에서 세 차례나 영화화됐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쉽사리 네 번째 메가폰을 잡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보통의 가족'은 더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이 동반돼야 했고,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필요했다. 허진호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주연 배우들의 열연이 이전 작품 못지않은 수작을 완성했다.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 제공배급 (주)하이브미디어코프·(주)마인드마크, 제작 (주)하이브미디어코프, 공동제작: (주)하이그라운드)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 영화다. 네델란드의 작가 헤르만 코프의 소설 '더 디너'를 원작으로 만들어졌으며, 네델란드,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영화로 나왔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덕혜옹주' '천문: 하늘에 묻는다' 등을 연출한 '멜로 장인' 허진호 감독의 신작이다.
개봉 전부터 뛰어난 만듦새 덕분에 유수의 영화제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보통의 가족'.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섹션 공식 초청을 비롯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초청, 제26회 우디네극동영화제, 제18회 런던한국영화제, 제35회 팜스프링국제영화제, 제26회 타이베이영화제 등 '공식 초청 19회'에 빛나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다. 여기에 제44회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최우수 각본상과 제39회 몽스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해외 평단의 호평을 받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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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변호사 재완(설경구 분)과 소아과 의사 재규(장동건 분)는 가정을 꾸린 뒤, 각자의 방식으로 자식을 키우며 살아간다.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높은 직업에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까지,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처럼 보이지만, 이들 형제 부부에게도 말 못 할 비밀은 있다. 재완이 젊고 예쁜 지수(수현 분)와 재혼하면서 고등학생 첫째 딸 혜윤(홍예지 분)이 엇나가기 시작하고, 재규-연경(김희애 분)의 하나뿐인 아들 시호(김정철 분)는 강북에서 강남으로 전학 왔다가 학폭을 당한다. 자식만큼은 부모 뜻대로 할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어느 날 사촌지간인 혜윤과 시호는 끔찍한 폭력 범죄를 저지르고 해당 CCTV가 뉴스에 보도되면서 두 가정은 큰 위기를 맞는다. 경찰이 범죄자를 특정하지 못하자, 재완은 본인 커리어를 염려해 어떻게든 조용히 마무리하자고 제안한다. 반면, 재규는 경찰에 신고해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 갈등을 빚는다.
타인의 시선 탓에 빠듯한 살림에도 치매 시모를 모신 연경은 남편을 향해 "우리 그동안 봉사활동 많이 했고, 당신이 아이들 많이 살렸잖아. 한 번은 눈 감아도 된다. 내 아들 신고하면 당신 죽여버릴 것"이라며 본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정작 두 아버지의 태도가 바뀌는 계기는 아이들의 행동 때문이다. 재완은 전혀 반성이나 죄책감 없는 딸을 보게 되고, 재규는 울면서 죄를 뉘우치고 후회하는 아들을 말없이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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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후반부 엄청난 반전이 등장하면서 관객들의 뒤통수를 강하게 때리고, 다시 한번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끝날 때까지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은 서로가 서로를 채우는 톱니바퀴처럼 멋진 앙상블을 이룬다. 4명이 모인 식사 씬이 압권인데 영화에선 총 3번 등장한다. 형제 부부의 식사 자리는 매번 중요한 변곡점을 의미하는데, 재완·재규의 태도, 대화 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이를 아슬아슬하고, 긴장감 있게 녹여낸 허진호 감독의 연출력도 돋보인다.
결코 한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인간의 양면성, 10대 청소년의 범죄, 좋은 부모와 어른의 모습, 개개인의 도덕적 기준까지 2024년 현재 대한민국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많은 생각할 거리와 질문을 던지는 문제작이자 화제작이 아닐 수 없다.
10월 1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09분.
/ hsjssu@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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