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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143억회 본 최고의 K-웹툰, 궁금하다면…첫 개막 ‘월드웹툰페스티벌’ 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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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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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경주에서 올라와 오픈런 했어요. 주말이라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이렇게 큰 웹툰 행사가 처음이라 인터넷에 올라온 후기들을 보면서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렸어요. 친구랑 같이 대기해서 그런지 힘들지도 심심하지도 않았고요.
전 세계 웹툰광을 설레게 한 ‘2024년 월드웹툰페스티벌(WEFE)’이 한창이다. 월드웹툰페스티벌은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웹툰 분야 특화 축제다. 종주국으로서의 위상 확대와 글로벌 인지도를 제고를 목표로 막을 올렸다.

28일 매경닷컴이 찾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는 월드웹툰페스티벌의 열기로 뜨거웠다. 네 개의 건물로 분리된 전시장은 모두 몰려든 인파로 시끌벅적했다. 국내 웹툰팬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태국, 유럽, 북미 등 다양한 나라에서 웹툰 행사를 즐기기 위해 날아왔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박태준만화회사, 레드아이스스튜디오, 케이더블유북스, 와이랩, 엠스토리허브 등을 비롯한 웹툰기업이 총출동해 콘텐츠와 신기술을 접목한 전시·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면서 문화 강국의 면모를 보여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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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얼라이브 전시관에서 선보인 영상. 그림에 모션을 입혀 캐릭터가 살아 있는 것 같은 효과를 줬다. [이가람 기자]


가장 흥미로운 것은 행사장 곳곳에 녹아든 정보기술(IT)이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축제 첫날부터 대규모 ‘얼라이브 전시관’으로 방문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얼라이브는 웹툰에 그래픽 효과를 부여하는 기술이다.

벽면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모바일 화면 형태의 디스플레이 일곱 개를 세로로 배치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웹툰으로 제작된 얼라이브 영상 300개가량을 차례대로 송출하며 작품의 입체감을 전달했다.

이를 모바일 웹툰 감상 화면에 접목한 것이 ‘얼라이브 뷰어’다. 한 페이지씩 스크롤을 할 때마다 웹툰 속 캐릭터가 눈앞에서 움직여 생동감 있는 콘텐츠로 변화한다. 헤드폰을 착용하고 모바일 디바이스로 얼라이브 뷰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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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의 인공지능(AI) 캐리커쳐와 캐릿터챗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전시관. [이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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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도 질세라 ‘인공지능(AI) 캐리커처’와 ‘캐릭터 챗’을 소개하는 부스를 꾸렸다. 마치 조석과 이말년 작가가 그린 것처럼 AI가 캐리커처를 생성해 준다. 특유의 유머러스한 그림체로 완성된 자신의 캐리커처를 확인한 방문객 A씨는 일행에게 “이상한데 비슷해서 킹받아”라고 말하며 웃었다.

캐릭터 챗은 좋아하는 캐릭터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처럼 대화할 수 있다. 현재 고은혁·백도화(작전명 순정), 기상호·성준수(가비지타임), 출출세포(유미와 세포들), AI조석(마음의 소리) 등 6개 캐릭터와 수다를 떨 수 있다. 캐릭터마다 고유한 말투가 있어 신선했다.

서비스 출시 초기부터 캐릭터 챗을 이용했다는 B씨는 “심심할 때마다 무료 이용권을 이용해서 대화를 나눠 왔다”며 “유미와 순록이 아들 이름이 지호인 것처럼 작품에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은 쏠쏠한 정보를 알려 주기도 한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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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형 인공지능(AI) 로봇 ‘스케쳐엑스’가 이현세 만화가의 그림체로 아이의 초상화를 그려 주고 있다. [이가람 기자]


대화형 AI 로봇 ‘스케쳐엑스’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만화가의 스타일을 학습한 AI가 로봇팔을 통해 초상화를 그려준다. 놀라운 퍼포먼스였다. 그림은 3분 안팎이면 완성된다. AI와 대화를 나누다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기자를 청춘만화의 주인공처럼 표현해 줘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케이더블유북스는 로맨스 판타지 세계로 들어오는 통로에 5세대(5G) 서비스 기술을 접목했다. 길을 걸을 때마다 벽면에 작품 속 명대사가 반짝인다. 천장에는 별이 뜨고, 바닥에는 조명이 레드카펫처럼 흐른다. 영상이나 사진을 업로드하면 증강현실(AR) 포토카드를 만들어 주는 실감형 콘텐츠 체험도 즐길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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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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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타 마법소년 뮤직비디오 촬영장(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에우리디안의 서재(악당의 아빠를 꼬셔라), 서왕국 연회장(재혼황후), 지하철(전지적 독자 시점) 등 작품 속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 장소는 포토존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방문객들은 좋아하는 캐릭터와 같은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거나 캐릭터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남기는 등 팬심을 쏟아냈다.

또 피규어·인형·포토카드·문구·의류·생활잡화 등 기백 종류로 구성된 굿즈를 여행용 가방 가득 쓸어가기도 하고, 최신식 태블릿을 비롯한 웹툰 제작 도구를 이용하는 대학생과 전문가도 눈에 띄었다. 웹툰 작가들의 강연을 듣거나, 웹툰네컷 안내문을 읽으며 배경을 고민하는 외국인들도 보였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러 왔다는 태국인 교환학생 C씨는 “테스타 멤버들의 인형을 모두 구입했다”며 “마법소년 교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사물함 속을 보는 것을 추천하는데 멤버별로 물건과 향기가 다 달라 신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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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월드웹툰어워즈’에서 수상한 웹툰. 가나다순으로 배치돼 있다. 대상으로는 ‘나 혼자만 레벨업’이, 심사위원장상으로는 ‘더 그레이트’가 뽑혔다. [이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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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완성도가 높고 산업 발전 기여도 측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웹툰을 시상하는 ‘월드웹툰어워즈’도 열렸다. 이현세 만화가가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돼 공모와 추천을 통해 모집된 104편의 작품을 심사했다. 이 가운데 수상작으로 13개 작품이 선정됐다.

대상의 영예는 ‘나 혼자만 레벨업’이 안았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143억 조회수를 기록해 글로벌 문화시장에서 웹툰이라는 장르를 각인시킨 인기작이다. 최약체 헌터인 주인공이 던전에서 위험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다가 죽음을 목전에 두게 된 순간 기이한 능력을 얻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밀 임무 수행을 통해 실력을 키워나가다 결국 세계 최강의 헌터로 성장한 주인공이 세상을 구하는 여정을 그렸다. 현재 단행본 출판은 물론 게임과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화제 몰이를 하고 있다.

심사위원장상은 ‘더 그레이트’가 받았다. 꿈 많은 소녀에서 한 남자를 사랑한 여자를 거쳐 두 아이의 엄마이자 가장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일대기를 담은 드라마다. 임신 중 남편의 죽음과 경제적 어려움, 전세 사기 등 삶의 곳곳에 도사리고 있던 위기를 헤쳐나가는 주인공에게 공감하게 된다. 몰입감 넘치는 양질의 전개와 따뜻하고 부드러운 작화로 등장 초기부터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이모티콘과 단행본 제작뿐만 아니라 영상화와 삽입곡(OST) 발매도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가비지타임’,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더 복서’, ‘유부녀 킬러’, ‘재혼황후’, ‘전지적 독자 시점’, ‘지옥2:부활자’, ‘집이 없어’ 등이 본상을 가져갔다. 특별상은 ‘무직백수 계백순’, ‘토마호크 엔젤’, ‘테이스츠 오브 호러’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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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과 조한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외협력실장이 지난 26일 ‘2024년 월드웹툰페스티벌’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얼라이브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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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웹툰페스티벌은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서울경제진흥원이 주관한다. K-콘텐츠의 활발한 경제활동과 창조산업 융성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됐다. 지난 26일부터 오는 29일까지 나흘간 진행된다.

문체부는 K-콘텐츠의 차세대 주자가 웹툰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웹툰 산업 육성과 지식재산권(IP) 가치 증대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내년도 만화·웹툰 관련 정부 예산으로 295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대비 46억원(18%) 가까이 증액된 규모다.

특히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작품의 제작을 도와주는 글로벌 웹툰 IP 사업과 국내 웹툰 제작사가 해외 현지 작가와 공동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웹툰의 현지화 사업을 새롭게 추진할 예정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융복합 콘텐츠 인재 양성을 이어간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올해 초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을 발표할 때 독자와 창작자 그리고 종사자가 함께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지키게 돼 기쁘다”라며 “앞으로 월드웹툰페스티벌이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행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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