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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고려아연·영풍, '법정 이혼' 중요한 이유…'자사주'가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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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분쟁]
이르면 30일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결론
고려아연·영풍, 특수관계면 자사주 취득 금지
고려아연·영풍, 남남이면 자사주 취득 허용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도 자기주식이 경영권 방어의 '방패' 역할을 할지 관심이다. 자사주는 회사가 자신의 회사주식을 보유한 것이다. 평소엔 의결권이 없지만, 경영권 분쟁 때 제3 자에게 처분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나 기존 경영진 우호지분이 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자사주를 활용해 경영권 방어에 나서고 싶지만 영풍·MBK 연합은 공개매수에 앞서 법원에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사는 것을 막아달라는 가처분을 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법원의 판단 기준은 두 회사가 여전히 동지(특수관계)인지, 적으로 돌아섰는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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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돌린 고려아연·영풍, 법적으로 남일까?

영풍이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은 지난 19일이다. 영풍의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정태웅 사장,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를 상대로 고려아연 자사주를 사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2022년 고려아연이 자사주 119만5760주를 처분할 때, 한국투자증권은 중장기 투자자로서 고려아연 자사주 15만8861주를 1045억원에 사들였다.

이 소송은 지난 27일 심문을 거쳐 이르면 이달 30일 결론이 날 예정이다. 심문에선 고려아연과 영풍이 특수관계인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자본시장법 제140조가 공개매수 기간에 공개매수자와 특수관계자는 공개매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주식을 매수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법원이 고려아연과 영풍을 특수관계로 인정하면, 고려아연은 자사주를 사들이지 못해 영풍이 승기를 잡는다. 반면 법원이 두 회사가 남이 된 것으로 판결하면, 고려아연은 자사주를 매입해 경영권 방어에 나서게 된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19일 75년간 동업한 영풍이 특수관계자에서 제외됐다고 공시했다. 장형진 고문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33.13%가 우호지분이 아니란 점을 명시한 것이다. 영풍과 장 고문이 지난 12일 MBK의 특수목적법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경영협력 기본계약서를 체결해 어떤 경우에도 최윤범 회장과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에서 근거해서다. 법원이 이 계약을 어떻게 해석할지가 관건인 셈이다.

자사주, 공개매수 변수로

법원이 자사주 매입을 허용하게 되면 고려아연은 회사 보유 자금을 최대한 활용해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6월 말 연결 재무상태표 기준 고려아연의 현금·현금성자산은 9381억원이 넘는다. 최근엔 처음으로 기업어음을 발행해 4000억원을 확보했다. 업계에선 이 현금성자산이 자사주 매입 대금으로 활용될 것으로 분석한다.

고려아연은 지난 2022년에도 자사주 119만5760주(6.02%)를 LG화학·한화·한국투자증권·모건스탠리 등에 매각했다. 표면적 목적은 자사주 교환을 통한 사업 제휴 강화였지만 최 회장은 든든한 우군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 회장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15.65% 수준에 머물러, 자사주 등을 활용해 최대한 우군을 확보한 셈이다.

영풍·MBK 연합이 제시한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는 주당 75만원으로, 최대 302만4881주(14.61%)를 2조2721억원에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기 위해 베인캐피탈,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느냐 여부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 고려아연 입장에선 외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성훈 베이커맥켄지 앤 케이엘파트너스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상 특수관계인으로 우리(고려아연과 영풍)가 묶여 있기 때문에 공개매수 기간 중에 자사주 취득은 금지됐다"고 강조했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최 회장은 자사주를 제3 자에게 매각해 또 다른 우호세력을 만들려고 한다"며 "저희는 (현재 보유한) 자사주와 미래에 취득할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김광일 MBK 부회장과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자사주는?

자기주식(자사주)은 회사가 자기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회사 금고에 보관된 주식이라고 해서 금고주(treasury stock)라고도 한다.

회사가 돈을 들여 자사주를 사는 가장 큰 이유는 주가 부양이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수가 줄어 주당 가치가 올라가는 원리다. 자사주 매입이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 환원정책으로 꼽힌다.

주가 부양을 위해선 자사주 매입에만 그치면 안 된다. 자사주 소각이 뒤따라야 한다. 금고에 있던 주식을 태워 없앤다는 얘기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금고에 보관돼 있던 자사주가 다시 시장에 풀릴 일이 없어진다.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용으로도 활용된다. 자사주엔 의결권이 없지만 경영 분쟁시 우호세력에 자사주를 팔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선 대주주 지배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회사 A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회사 주주는 기존 지분율대로 지주사와 사업회사의 지분을 갖게 되는 동시에 지주사(존속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에 사업회사(신설회사) 지분이 배정된다. 죽어있던 자사주 의결권이 부활해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해준다고 해 '자사주 마법'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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