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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이태원 참사

이태원 참사 702일만에 첫 선고…경찰서장 유죄, 구청장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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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금고 3년, 박희영 용산구청장 무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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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진=뉴스1,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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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발생 702일만에 치안 책임자에 대한 첫 선고 재판이 진행된 가운데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은 유죄를,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 전 용산경찰서장에 "안일한 인식, 참혹한 결과 낳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30일 오후 2시쯤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서장에 대해 금고 3년을 선고했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강제 노역에서는 제외된다.

이날 금고형이 선고됐지만 이 전 서장은 법정 구속을 피했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하나 도주 및 증거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원은 지난 7월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의 보석 청구를 인용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 전 서장에 대해 사전 대응 단계, 사고 임박 단계, 사고 발생 이후 단계에서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고를 충분히 예견해야 했다. 인적·물적 자원 마련해 대응 조치를 취해야 했음에도 안일한 인식으로 이태원에 소홀했고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관계 자체를 인정하며 책임을 통감한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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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등의 혐의를 받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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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법원 존중, 죄송하고 또 죄송"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대규모 사상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기동대 배치와 도로 통제를 제 때 하지 못해 인명 피해를 키운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송병주 전 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은 금고형 2년, 박모 전 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팀장은 금고형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송 전 실장과 박 전 팀장은 참사 직전에 인파 관련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를 받는 정현우 전 여성청소년과장과 최모 전 생활안전과 경위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 후 경찰의 초동 대처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날 하얀색 와이셔츠에 남색 정장을 입고 등장한 이 전 서장은 연신 마른 입술을 깨물으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법정에는 재판 시작 20분 전부터 지역 주민들과 유가족, 취재진 등이 모두 붐볐다.

판결이 끝난 직후 이 전 서장은 "선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항소 계획이 있는지" 등의 질문에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며 "유가족들에게 죄송하고 또 죄송스럽다"고 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무죄 선고…"지자체, 인파 통제 규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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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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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같은날 오후 3시30분쯤 업무상 과실치사, 허위공문서작성·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박 구청장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실효적 대책은 통제 하에 밀집된 군중을 분산·해산하는 것"이라며 "자치구 관할하는 행정기관에는 사전에 특정 장소로 인파 유입을 통제하거나 군중을 분산·해산하는 등 수권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이 허위로 보도자료 작성을 지시하거나 기자에게 배포하게끔 한 사실을 인정할 직접 증거가 없다"며 "보도자료 작성 및 배포는 홍보담당관이 진행해 구청장이 결정권자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유승재 전 용산구청 부구청장과 문인환 전 용산구청 안전건설교통국장, 최원준 전 안전재난과장 역시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박 구청장 등 4명은 2022년 10월29일 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전 안전관리계획을 수립·시행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로 기재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무죄 선고, 서둘러 빠져나간 박희영 전 구청장…유가족 "세상에 이런일이"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박 구청장은 이날 재판 직후 경호 인력에 둘러싸여 급하게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느냐", "법정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검찰에 항소를 촉구했다.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는 "이번 판결은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을 불인정해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며 "정부와 사법에 대한 불신 속에서도 끝까지 법원을 믿고 엄중한 처벌을 하길 간곡히 바라던 유가족의 믿음과 한 가닥의 희망마저 저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이 슬픔과 절망과 분노를 안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항소심에서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고 피고인들의 죄책이 인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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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손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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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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