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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이태원 참사

'이태원참사' 엇갈린 판결…용산서장 금고 3년, 구청장은 무죄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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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할 수 없는 인재" vs "과실 증명 부족"
"무죄 판결 인정할 수 없다"…유족들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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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가운데 참사 유가족들이 판결에 항의하며 울부짖고 있다.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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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 전 서장은 1심에서 금고 3년을, 박 구청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족들은 인정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오열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30일 오후 업무상 과실치사상,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서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다만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판단, 법정 구속은 하지 않고 앞서 허가한 보석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이태원 참사는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피고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주의의무를 다했더라면 예방할 수 있었거나 피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던 인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며 "피고인들의 죄책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특히 축제에서 혼잡 상황에 대비한 치안 유지라는 구체적인 의무까지 부여된 경찰관의 지위에서 대규모 인명 사상이라는 대형 참사의 결과 전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 공간에 군중 밀집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반적인 사고라는 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단순히 어느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주최자 없는 축제의 안전관리와 매뉴얼의 명확한 근거 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고, 우리 사회가 그간 수많은 안전사고를 겪고도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 대응 역량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여전히 미흡한 점을 부정할 수 없어 전적으로 피고인 책임으로만 돌리기에는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서장은 지난 2022년 10월29일 핼러윈 당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부근에 많은 인파가 몰려 참사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부적절한 참사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상황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행사한 혐의와 지난해 1월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에서 거짓 진술로 위증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의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서장과 함께 기소된 용산서 직원들에 대한 혐의도 일부 유죄로 인정됐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함께 기소된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은 금고 2년을, 박인혁 전 용산서 112상황팀장은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최용원 전 용산서 생활안전과 서무와 정현우 전 용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각각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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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 1심 선고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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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기소된 박 구청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은 업무와 관련된 일반적, 추상적 위반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 직접적인 주의 의무가 있음에도 일을 하지 않은 경우"라며 "검찰이 지적하고 있는 여러 업무상 주의 의무는 자치구의 일반적, 추상적 주의의무에 해당할 뿐이며 설령 피고인들의 조치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할 업무상 과실에 대한 증명도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다수 인파의 유입과 군중의 밀침 등인데 예방 대책은 다수의 인파가 유입되는 것을 통제·차단해 밀집한 군중을 분산 해산하는 조치"라며 "자치구를 관할하는 행정기관에 이같은 권한을 부여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박 구청과 함께 기소된 용산구청 직원들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의 판결을 듣던 박 구청장은 재판 내내 눈물을 흘렸다.

박 구청장 등은 지난 2022년 10월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부근에 모인 많은 인파로 참사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재난안전상황실을 적정히 운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박 구청장은 참사 직후 부적절한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로 기재한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이 전 서장과 박 구청장에게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과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징역 7년씩을 구형했다.

이날 재판을 지켜본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일부는 법원을 떠나는 박 구청장의 차량을 둘러싸고 항의했으며, 일부는 법원 앞에 앉아 가슴을 치며 큰소리로 오열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무죄 판결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며 "다시 싸울 것이고 반드시 박 구청장을 심판대에 다시 세우기 위해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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