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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실실 웃으며 답변 말라" 판사도 분노…방화 살해범이 한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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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피고인·변호인석.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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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금지 명령에 불만을 품고 교제했던 여성 집에 불을 질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60대의 재판에서 판사가 "실실 웃으면서 답변하지 말라"고 꾸짖었다.

30일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 고권홍) 심리로 열린 A씨의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사건 공판기일에서는 검찰 증거조사와 피고인 신문이 2시간가량 진행됐다.

변호인의 주신문 이후 검찰은 A씨가 지난 5월 피해자 B씨에 대한 방화 범죄를 저지르기 전 B씨를 상대로 가한 상해 사건 등을 차례로 물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표정과 태도를 살펴보던 재판장은 A씨에게 "피고인 행동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는데 그렇게 실실 웃으면서 답변해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재판장은 이어 "검사가 말하는 게 피고인의 기억과 좀 다르더라도 웃으면서 할 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그러자 A씨는 "죄송하다"며 "웃는 게 아니다. 저 진짜 진지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재판장은 재차 A씨에게 "지금도 웃고 있다. 피고인 평소 표정이 그러면 어쩔 수 없는데 주의해서 답하라"고 경고했다.

이후 재개된 피고인신문에서 A씨는 집 안방에 피해자가 있는데 불을 지른 데 대해 "(그동안 같이 살았던 피해자가 집에서 나가라고 하니까) 갈 데가 없어 마지막으로 대화해보고 잘 안되면 불을 지르고 (나는) 죽어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불타는 집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지, 다치게 할 목적은 없었다는 취지다.

그는 방화 현장으로 갈 때 흉기도 소지한 것 관련해선 "스스로 목숨을 끊을 목적이었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장은 "불을 지르고 피해자가 방에서 나오면 흉기로 찔러 죽이려는 생각 아니었느냐"고 물었고, 피고인은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A씨는 불길이 삽시간에 치솟자 B씨에게 소리쳤으나, B씨가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주택 울타리를 넘어 도망갔고, 주택에서 15m가량 떨어진 나무 뒤에 엎드려 있다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 긴급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흉기로 자신의 목을 찌르려고 했으나 제압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올해 5월 9일 화성시 소재 주거지인 단독주택에 불을 질러 당시 건물 안에 있던 피해자 B씨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A씨가 B씨에 대한 법원의 접근금지 조처가 내려지자 이에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보고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A씨의 다음 재판은 다음 달 22일 오전 11시 20분 진행된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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