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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만물상] 해저 케이블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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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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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륙에서 10여㎞ 떨어진 대만 마쭈(馬祖) 열도는 약 200㎞ 밖 대만 본섬과 2개의 통신용 해저(海底) 케이블로 연결돼 있다. 지난해 2월 2일, 그중 하나가 끊어졌다. 중국 어선의 소행으로 추정됐다. 엿새 후, 중국 화물선이 나머지 하나마저 절단시켰다. 인터넷이 먹통이 돼 주민 1만4000여 명이 애를 먹었다. 선박이 닻을 내리거나 어구를 끌고 가다가 해저 케이블을 절단시키는 사고는 전 세계에서 연간 100건 정도 일어난다. 그런데 마쭈 열도에서는 5년 간 27건이나 일어났다. 대만은 중국의 고의적 전술을 의심하고 있다. 유사시 대만과 세계를 잇는 해저 케이블을 절단해 ‘정보 봉쇄’를 하기 위한 연습 아니냐는 것이다.

▶세계 인터넷 통신량의 99%는 해저 케이블로 이뤄진다. 한국에서 일본, 중국, 동남아를 거쳐 미국과 유럽까지 케이블이 이어져 있다. 전 세계에 깔린 해저 케이블만 약 600회선, 140만㎞다. ‘스타링크’ 같은 인공위성 인터넷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비용 등에서 아직 약점이 많다.

▶해저 케이블은 수압과 염도를 견디면서 수십~수백㎞씩 이어지게 생산해야 한다. 그 설치는 포설선(鋪設船)이라고 불리는 전문 선박이 맡는다. 케이블 수천 톤을 감아 놓은 대형 턴 테이블과 선박의 이동 속도에 맞춰 케이블을 바닷속에 풀어 넣는 장비들이 갖춰진 배다. 해저 지진대·화산·해구 등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지질학자와 해양학자 등이 모여 사전에 매립 동선을 정한다. 이후 원격 조종 로봇(ROV)을 해저에 내려 보내 실제 환경을 탐지하고 케이블을 매립한다. 해저 케이블 생산과 매설을 모두 할 수 있는 기업은 세계에 5개 정도밖에 없다. 그중 하나가 한국의 LS전선이다.

▶통신용 해저 케이블의 역사는 170년이 넘었다. 1851년 영국 도버와 프랑스 칼레를 잇는 전신용 케이블을 설치한 것이 시초다. 미국·영국 등은 이 통신용 해저 케이블을 감청해 세계의 정보를 수집했다. 그런 때문일까. 미국은 2020년부터 ‘클린 네트워크 계획’을 세워 중국 기업의 해저 케이블 건설 참여를 막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26일 한국, 영국, 호주, 일본 등 동맹들을 모아 ‘해저 케이블의 안보와 회복탄력성’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해저 케이블의 사이버 보안과 물리적 보호에 모두 최선을 다하자는 내용이다. 미 정부는 20여 일 전 러시아가 ‘참모본부 심해 연구국(GUGI)’이란 비밀 부대를 창설, 해저 드론을 이용한 해저 케이블 파괴 등을 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바닷속도 편치 못한 시절이다.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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