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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운동 잘하는 여성?…아니, 그저 ‘강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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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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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팀원 이끄는 ‘여왕벌 게임’
군인 서바이벌 ‘강철부대 W’ 등
최근 미디어 속 ‘여성 서사’들
‘운동’ 넘어 ‘강인함’으로 확장

스포츠가 남성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오래전 끝났다. 최근 ‘천만 관중’ 시대를 맞은 프로야구의 인기 뒤에는 2030 여성이 있다. 러닝, 테니스, 골프 등 거센 피트니스 붐 역시 여성이 견인했다. 예능 세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최근 예능계는 ‘운동하는 여성’을 넘어 ‘강한 여성’들이 이끌고 있다.

지난 7일부터 방영 중인 tvN 예능 <무쇠소녀단>이 대표적이다. 배우 유이와 진서연, 설인아, 박주현 등 여성 스타 4명이 ‘극한의 스포츠’ 트라이애슬론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리는 프로그램이다. 흔히 ‘철인 3종’이라 불리는 트라이애슬론은 수영(1.5㎞), 사이클(40㎞), 달리기(10㎞)를 연달아 수행하는 종목이다. 오는 10월 말 통영 월드트라이애슬론컵을 목표로 하는 이들은 준비기간 4개월 안에 ‘무쇠’처럼 단단해져야 한다. 지난 1~3회 방송에서는 4인의 멤버가 크로스핏과 잠실 롯데타워 123층 수직 마라톤, 수영 등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서서히 강해지는 과정이 그려졌다.

국군의날인 1일 처음 방송되는 채널A <강철부대 W> 역시 ‘강한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사상 최초 여군 서바이벌’을 표방하는 프로그램으로, 2021년부터 3번째 시즌까지 방송된 밀리터리 서바이벌 <강철부대>의 여성 버전이다. 설정은 이전과 같다. 해병대, 제707특수임무단 등 최정예 부대 출신 24인이 부대의 명예를 걸고 겨룬다. 남성 군인의 뛰어난 신체 능력과 용맹함을 뽐내던 무대에 여성이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공개된 티저 영상에서는 여성 군인 참가자들이 참호 격투와 사격 등 시리즈를 대표하는 미션을 치열하게 수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MBC 예능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이 여성 스타들의 미숙한 군대 생활로 웃음을 자아낸 것과 사뭇 다른 시선이다.

추석 연휴를 맞아 웨이브가 공개한 <여왕벌 게임>도 있다. 안무가 모니카, 국가대표 레슬링 선수 장은실 등 ‘여왕벌’이 각각 여러 명의 남성 팀원을 거느리며 우승을 노리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여왕벌의 신체 능력은 물론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어가게 하는 것이 방송의 취지다.

‘운동하는 여성’은 최근 2~3년간 예능계의 주요 소재였다. 전국에 풋살 붐을 일으킨 SBS <골 때리는 그녀들>부터 코미디언 김민경을 국가대표 사격 선수로 만든 코미디TV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 JTBC <언니들이 뛴다- 마녀 체력 농구부>까지 많은 프로그램이 여성의 운동에 주목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탄생한 <무쇠소녀단>과 <강철부대 W>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운동하는 여성’에 머물렀던 미디어 속 여성 서사를 ‘강인한 여성’으로 확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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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무쇠소녀단>은 여성 스타 4인의 트라이애슬론 도전기를 그린다.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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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여성들의 이야기는 올림픽 경기를 보는 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무쇠소녀단>의 유이는 수영 선수 출신으로 모든 스포츠에 능하지만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 드라마 속 자전거 타는 장면에 모두 대역을 썼을 정도다. 하루 운동 3번을 하는 진서연 역시 수영 트라우마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오랜 두려움을 극복하고 서로를 독려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지난 3회에서 유이가 코치 김동현의 도움으로 자전거를 타다 끝내 혼자 내달리는 모습은 묘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그러나 여성의 강인함에 주목하는 방송은 딜레마에 빠지기도 쉽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 100>은 ‘성별 없는 대결’을 표방했지만 남성에게 유리한 종목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일부 여성 출연자를 가학적인 상황에 놓이게 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또 다른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대해 여성 시청자들이 ‘성별에 따른 유불리가 없어 마음 편히 볼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인 것 역시 그래서다.

이런 반응은 바꿔 말하면 아직 나아갈 여지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운동하는 여성에서 강한 여성으로 이어진 서사가 예능 안에서 어떻게 뻗어나갈지 기대되는 이유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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