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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설왕설래]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수장 ‘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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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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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은 비합법적인 살인 행위다. 암살 주체는 개인과 특정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비밀결사 조직, 정부기관 등 다양하다. 세계사를 통틀어 주요 변곡점마다 암살이 등장했다.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 정치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진 탓이다.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孫武)나, 고대 인도 철학자이자 전략가인 차나키야는 암살은 십만 명의 군대가 할 일을 혼자서 해낸다며 전쟁보다 경제적이고 인간적이라 평했다. 하지만 격동의 시대상과 국제정치의 냉혹함이 담겨 있다.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수장이던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은 9·11테러에 대한 응징으로 포장됐다. ‘넵튠의 창’(Neptune Spear)으로 명명된 암살작전은 대원들의 헬멧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백악관으로 생중계됐다. 2011년 5월1일 당시 백악관 상황실 모습을 담은 사진은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후 2022년 7월30일 미 중앙정보국(CIA)은 드론 공격으로 알카에다의 2인자였던 아이만 알자와히리까지 제거했다. 미국의 힘을 과시했던 사건들이다.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정예 쿠즈(Quds)군의 얼굴이던 가셈 솔레이마니 암살도 성격이 같다. 중동에서 사사건건 미국을 괴롭히던 이란에 대한 무력행사였다. 그 누구도 자신을 함부로 대할 수 없다며 자신감에 차 있던 솔레이마니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20년 1월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근처에서 드론 폭격으로 제거되자 이란 지도부는 오히려 미군에 대한 공격을 줄였다. 당시 작전을 수행한 케네스 F 매켄지 중부사령부 사령관은 저서 ‘멜팅 포인트(Melting Point)’에서 “이 작전은 이후 많은 생명을 구했다”고 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27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암살했다. 지하 18m 아래 벙커에 있던 그를 제거하기 위해 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터지는 BLU-109 벙커버스터 등 폭탄 100여발을 순차적으로 투하하는 작전을 펼쳤다.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정보력과 맞춤형 작전능력에 전 세계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암살이 ‘피의 보복’을 부를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받은 충격 또한 컸을 법하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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