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피습 사건 다룬 책 '나이프' 출간
[서울=뉴시스] 살만 루슈디(사진=ⓒRachel Eliza Griffiths, 문학동네 제공) 2024.10.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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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표현의 자유란 보장되지 않으면 다른 모든 자유도 함께 죽어버리는 자유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우익과 좌익 양측으로부터 강력히 보호돼야 합니다. 수많은 작가가 자신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그렇게 해왔고요."인도계 영국 소설가 살만 루슈디(77)는 지난 2022년 8월 미국 뉴욕주 셔터쿼의 야외 강연장에서 무슬림 극단주의자 청년에게 습격당해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1988년 발표한 소설 '악마의 시' 때문이다. 이전에도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불경하게 묘사했다며 이슬람권의 살해 협박을 받아왔다. 1989년 이란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루슈디와 출판에 관여한 이들에 대한 처형을 명령하는 '파트와'(이슬람 율법에 따른 칙명)를 선포한 후부터 시작됐다.
호메이니 사망 이후 이란 정부는 루슈디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형 선고를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응징을 멈추지 않았다. 루슈디는 장기간 협박에 시달렸음에도 '분노', '조지프 앤턴' 등을 왕성한 집필활동으로 표현의 자유를 지켜나갔다.
살만 루슈디는 최근 자신이 겪었던 피습 사건을 처음으로 다룬 회고록 '나이프'를 출간했다.
뉴시스와 서면 인터뷰한 루슈디는 "나이프는 사랑의 힘에 관한 책"이라고 했다.
그에게 글쓰기는 곧 '나'를 의미했다. "창작의 주된 동력은 글쓰기가 제 일이자 저 자신이라는 점"이라며 "이 사실을 아는 것이 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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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이프'를 펴낸 것도 결국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피습 사건을 해결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쓸 수 없을 것이었다. 나는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을 쓴 뒤에야 다른 무언가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일어난 일을 소유하고, 그 사건을 책임지고 내 것으로 만들어 단순한 피해자가 되기를 거부하는 나만의 방법이었다. 나는 폭력에 예술로 답하기로 했다."('나이프'에서)그는 자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혐오로 얼룩진 폭력과 혐오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루슈디는 "모든 글쓰기는 어렵다"면서도 "나이프는 처음에 괴로웠지만 쓸수록 쉬워졌다"고 했다. "이 책을 씀으로써 이 서사에 대한 소유권을 다시 얻었다고 느낀다"고 작가의 의지를 보였다.
책 속에서 그는 자신을 공격한 남성을 'A'라는 인물로 묘사했다. 루슈디는 작품 속에 A와 상상 속에서 나눈 대화와 법정에서 증언할 경우 A에게 할 말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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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혹은 ‘현실적’인 삶으로 돌아가는 걸음을 떼면 뗄수록, 나는 이 ‘특별하고’ ‘비현실적인’ 에피소드에 흥미를 잃었다. 지금 나는 계속하는 것, 삶이라는 책의 다음 장을 쓰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피습은 그 책의 앞장에 엎질러진 커다란 붉은 잉크 얼룩처럼 느껴졌다. 보기 싫었지만, 그렇다고 책이 망가지지는 않았다. 페이지를 넘기고 계속 나아가면 되었다. (310쪽)"루슈디는 "그가 성찰과 반성을 하며 살게 될 거로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그가 이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야 하는 게 분명하고 그를 나의 등장인물로 만드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젠 그가 내 것이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쓰기는 지금도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에 참여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가장 중요한 방법입니다."
루슈디는 "저를 공격한 자가 읽지도 않았던 제 책 '악마의 시'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언제나 독자들이 그 책을 위협의 그림자 속에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하나의 총체이자 문학으로서 읽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상 3회 수상이라는 유례 없는 기록을 남며 생사를 걸고 언론의 자유를 수호해온 살만 루슈디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고도 강렬하다. "내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방식이자, 여기서 내가 전하려는 이야기의 본질은 사랑이 증오에-칼은 증오의 은유다-응답하고, 결국 이긴다는 것이다." (55p)
☞공감언론 뉴시스 tide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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