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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12개월째 수출 ‘플러스’…연간 역대최대 가능성, 일본 추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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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11일 오후 부산항. 수출품을 실은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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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이 12개월 연속 전년동기 대비 증가한 ‘플러스’를 나타냈다. 올해 연간 실적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일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이 587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7.5% 증가했다. 지난달 수출액은 올해 월간 실적 중 최대치이자 역대 9월 실적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두 번째로 많은 9월 실적은 2022년 9월(572억 달러)이다. 지난달 실적을 조업일수로 나눈 일평균 수출액은 29억4000만 달러로 역대 월간 수치 가운데 최대치를 나타냈다. 2위는 2022년 3월(27억7000만 달러)이다. 한국의 월간 수출액은 지난해 10월 이후 지난달까지 12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

한국 수출이 잘나가는 건 1위 품목인 반도체 덕이 크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36억 달러로 37.1% 증가했다. 역대 9월 중 최대치다. 월간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11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나타냈다. 전방산업 호조세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규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AI(인공지능) 서버에 대한 신규 투자 등이 확대돼 반도체에 대한 견조한 수요가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앞서 미국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15일 ‘겨울이 다가온다(Winter loom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각각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내린 바 있다. 내년부터 AI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의 공급과잉 현상과 더불어 스마트폰과 PC(개인용컴퓨터) 수요 감소에 따른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의 수요 위축이 예상돼서다. 그러나 지난달까지 반도체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모건스탠리의 우려는 틀렸거나 시기상조(時機尙早)인 것으로 산업부는 분석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반도체 수출 동력은 최소한 올해 말까지 지속할 전망”이라며 “반도체를 포함한 IT(정보기술)를 기반으로 자동차와 선박, 의약품, 바이오헬스, 화장품 등이 수출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장 실장은 “중국의 공급과잉에 직면한 철강과 더불어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석유화학, 석유제품의 수출 감소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달 수출액을 수출 대상국별로 구분해 보면 1위인 중국으로 수출이 117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6.3% 증가해 올해 들어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국으로 수출은 104억 달러로 3.4% 증가해 역대 9월 중 최고치를 보였다.

중앙일보

박경민 기자



한국 수출호(號)는 올해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인 7000억 달러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존 기록은 2022년(6835억9000만 달러)이었다. 올해 신기록을 세운다면 연간 수출액이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관측한다. 일본의 연간 수출액은 2021년(7560억 달러) 정점을 찍고 2022년 7468억 달러→지난해 7173억 달러로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주력 품목인 석유·철강 등의 분야에서 주춤한 영향이다.

산업부는 올해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위험 요소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 불확실성과 이날부터 시작된 미국 동부 항만 파업 등을 꼽는다. 글로벌 IB(투자은행) 일각에선 “10월부터는 한국 수출 증가율이 둔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수출 플러스 흐름은 전년 동기의 부진한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基底效果)가 나타난 것이고, 올해 10월부터는 해당 기저효과가 사라져 수출 증가율이 둔화하거나 마이너스로 전환할 수 있을 거란 우려다.

이날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올해 수출이 상고하고(上高下高) 양상을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며 “연간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모든 가용한 자원을 집중해 총력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수입액은 521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유가 등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수입액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그 결과 무역수지(수출-수입)는 66억60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대(對)중국 무역수지만 떼서 보면 IT 수출 호조의 영향으로 7개월 만에 흑자 전환(5억 달러)한 게 특징이다. 한국의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해 6월 이후 16개월째 흑자 행진을 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흑자는 369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68억 달러 개선됐다. 2018년 1월부터 9월까지(544억 달러 흑자) 이후 최대 규모의 흑자를 보인 것이기도 하다.

한국 경제는 수출은 잘되는데 내수는 침체한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수출 호조의 온기가 내수로 퍼지는 데 시차가 있기 때문으로 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의 연례협의단을 만나 “수출 호조가 기업실적과 가계소득으로 이어짐에 따라 내수도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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