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2 (수)

“레바논에 추가 병력 배치 필요없어”…이란은 왜 선을 긋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9월30일(현지시각) 이란 시민들이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사망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초상화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지상전까지 벌이며 ‘저항의 축’을 이끄는 이란을 자극하고 있지만, 이란 정부는 레바논 등에 병력을 보내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란 최고지도자가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지원이 “무슬림의 의무”라고 강경론을 천명했지만, 실제로 레바논에 파병을 해 이스라엘과 정면으로 맞서기에는 이란 대내외 여건이 녹록하지 않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각) 레바논 병력 지원 여부를 두고 “추가 또는 자원 병력을 배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칸아니 대변인은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이) 공격에 맞서 자신을 방어할 역량과 힘이 있다”고도 말했다. 이란 정부는 헤즈볼라 등에서 “요청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병력 파견에는 선을 긋는 모양새다. 이란은 반미·반이스라엘 연합체인 저항의 축을 함께 형성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오랫동안 군사·재정 면에서 지원해왔다.



이란의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 물자 지원 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병력 파견 등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 28일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암살하자 성명을 내어 “레바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 지원에 나서는 것은 모든 무슬림의 의무”라며 “이들을 돕기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고 했다. 그러나 개혁파인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비난하면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적 보복을 천명하는 것은 피하고 있다.



이란 정부의 이런 태도는 내부 경제·사회의 불안이 지속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을 향한 보복보다, 국내 상황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것이다. 이런 요구는 지난 7월 치러진 대선에서 개혁파인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당선되며 더욱 확실하게 드러났다. 그는 경제 상황 개선과 정치·사회 안정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이란은 서방의 경제 제재 등의 영향으로 경제난을 오랜 기간 겪어왔다.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이란의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40.7%에 이르렀다. 이란 정부가 공식 발표한 2022년 청년실업률은 8.82%지만, 실제는 30~40%에 이를 정도로 높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2022년 9월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테헤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게 끌려간 뒤 의문사한 사건 이후 이란을 뒤흔들었던 히잡 반대 시위 여파도 아직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은 이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이례적으로 이란 시민들에게 보내는 영상 성명을 공개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가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여러분과 함께한다. 여러분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이란 국민 대다수는 이란 정권이 자신들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신경 쓴다면 중동 전역의 헛된 전쟁에 수십억달러(수조원)를 낭비하는 것을 멈출 것이다”라고 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