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스라엘, 추가 도발 없으면 더 이상 보복 없어”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에서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을 요격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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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말 자국 수도에서 암살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복수를 천명한 이란이 드디어 움직였다. 이스라엘을 상대로 탄도미사일 180개를 동원한 이란의 보복에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각국 정치 지도자들은 확전 자제를 요청하는 등 국제사회는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이란의 군사 작전은 지난 4월 당시 미사일 공격 ‘데자뷔’가 떠오른다. 이란은 당시 공격에 앞서 이스라엘 측에 자신들의 계획을 경고해, 미국과 이스라엘에 준비할 시간을 제공한 바 있다. 결국, 대다수 드론과 미사일은 이스라엘에 도달하기 전에 요격됐다. 이 때문에 4월의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을 두고 ‘약속 대련’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일(현지시간) 자국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보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안보 회의를 시작하면서 “이란이 오늘 밤 큰 실수를 저질렀고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앞서 이날 저녁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 180발 정도를 발사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성명에서 “점령지(이스라엘) 중심부에 있는 중요한 군사·안보 목표물을 표적으로 탄도미사일을 쐈다”고 발표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번 미사일 발사가 하마스 수장 하니야,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혁명수비대 작전부사령관 압바스 닐포루샨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규정했다.
이란 정부는 이어 자국 미사일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이 없다면 추가 공격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2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을 겨냥한 전날 대규모 미사일 공격은 자기 방어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 체제가 추가 보복을 도발할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이란의 조치(군사적 보복)는 종료된다”고 밝혔다.
이란은 하니야가 자국에서 암살된 후 이스라엘에 강력한 보복을 예고했다. 하지만 2개월 넘도록 이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그러는 사이 이란이 있는 ‘저항의 축’을 구성하는 무장 정파 지도자들은 연이어 이스라엘에 의해 제거됐다. 역내 패권 유지와 ‘저항의 축’의 상징성을 고려해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불사할 정도의 대규모 보복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어려운 숙제다. 이스라엘의 암살에 대응하면서 이란을 따르는 세력에 뭔가 보여줘야 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과 확전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란 입장에서는 지난 1967년 ‘6일 전쟁’으로 불리는 제3차 중동전쟁의 역사가 반복할지가 고민이다. 당시 전쟁 결과로 아랍 세계의 종주국을 자처하던 이집트는 만신창이가 됐다.
이란이 아랍 국가들을 통해 이스라엘에 공격 계획을 사전에 통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아랍국가 정부 관리들에게 지난 4월 때 수준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보복한다는 행동은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확전을 피하고자 제한된 수위로 공격한 셈이다. 미국 정부는 중동 전역 확전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이스라엘에 대해 일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을 4만명에서 4만3000명 규모로 늘리겠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여기에는 F-22, F-15E, F-16, A-10 등 미군의 고공 전투기 및 공격 편대와 지원 인력이 포함됐다.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강습단(CSG)을 역내에 계속 주둔시키고, 와스프 상륙준비단(ARG) 및 해병원정대(MEU)의 동부 지중해 작전을 지속하겠다고 계획도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 군사기지 3곳이 타격받았다면서 “미사일 90%가 목표물에 성공적으로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의 공격이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인명 피해도 이란의 공격 수위에 비하면 크지 않았다. 텔아비브에서 미사일 파편에 맞아 2명이 경상을 입었다.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주민 1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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